포문은 정 후보가 열었다. 정 후보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관훈클럽 주최로 열린 여야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 모두발언을 통해 “박 후보에게 지하철 공기질 공동조사를 부탁드렸는데 박 후보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라며 “이에 대한 대답은 하지 않고 조용히 지하철 공기청정기 가동시간을 늘린 것은 시장직무가 정지된 박 후보의 불법관건선거이고 증거인멸이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박 후보가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고 했는데 박 후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때 ‘나경원 1억원 피부과’ 네거티브를 한 장본인이다”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주장하시기 전에 이에 대한 사과부터 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는 “사실 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네거티브를 서울 시민은 싫어하신다”며 “시민 곁에서 시민 편에서 함께 울고 웃으며 안전한 서울, 따뜻한 서울, 반듯하고 품격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반박했다.
모두발언에 이어 열린 패널-후보자간 질의 응답시간에서도 두 후보는 각 질문에 대한 답변이외에 상대 후보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하는 등 두 후보 간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박 후보는‘서울의 도시경쟁력이 점차 떨어지고 주요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해 서울의 경제가 위축되는 것은 아니냐’는 패널의 질문에 대해 “자신의 임기가 2년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이해 해달라”면서도 “서울의 관광객이 지난해 1000만명을 돌파했고 작년 한 해 6조 4,000억원의 외자유치를 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관광객 수가 증가한 이유는 한-중 간 비자 간소화”라며 “박 후보의 문제는 어떤 사안에 있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월세 대책을 묻는 질문에 박 후보가 “임대주택 8만호를 지난 임기동안 공급했고 재선에 성공하면 다시 8만호를 공급할 것”이라고 답하자 “정 후보는 박 후보의 지난 시정에서 임대주택 8만호 공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80%진행됐던 임대주택 공급사업도 박 후보가 한 것이라고 계산하게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두 후보간의 공방전은 ‘용산개발 사업’과 ‘박 후보의 이념논란’에서 최고조에 도달했다.
정 후보는 ‘용산개발 사업’에 대해 “(서울시가) 2012년에 용산을 지구해제 시켰는데 13년간 노력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정말 할 생각 있었다면 해제할 게 아니라 변경하면 된다”며 용산개발 사업이 좌초된 원인을 박 후보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용산 사태가 터졌을 당시 저는 현장으로 달려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누구보다 이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며 “이 문제를 성급하게 다가가는 것은 7년동안 재산권이 묶이고 상처를 받았던 서부이촌동 주민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일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 후보가 “박 후보는 2006년 9월 평택 평화 선언문에 서명을 하며 평택미군 기지는 미군의 전쟁침략기지라고 동의를 하셨다. 이런 박 후보의 이념 정체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박 후보의 이념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상대방이 걸어온 길에 대해 기본예의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저는 정 후보의 험담을 한번도 하지 않았다”며 “제가 정 후보에 대해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걸로 생각하냐”고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무리 발언에서도 박 후보는 “시민에게 힐링이 되는 선거를 치루자”며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강조한 반면 정 후보는 “네거티브 선거를 주장하기에 앞서 ‘나경원 1억 피부과’에 대해 진정한 사과부터 하시라”고 재차 강조하는 등 두 후보 간의 공방전은 계속됐다.
박 후보는 토론회를 마치고 나와 ‘정 후보의 강한 공세적 태도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후보가 급하셔서 그러시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답하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정 후보는 박 후보의 토론의 자세를 지적하며 “토론회에는 팩트를 들고 나와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런 준비가 하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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