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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서 산업으로]이도경 이랑시어터 대표

"소극장 특성 살리면 관객이 옵니다"한국 연극사의 흐름을 보여줬던 KBS 드라마 '동양극장'의 한 장면. '홍도야 울지마라'의 극작가 임선규(권해효 분)를 가르켜 '연극만 해서 집을 산 최초의 인물이자 마지막 인물'이라 했다. 그가 살던 시대에서 세기가 바뀌었건만 아직도 연극계는 그만큼 열악하다는 뜻이다. 돈은 다른 데서 벌고 연극에선 쓰는 게 일반적인 경향. 하지만 연극만으로 집도 사고 극장도 사고 흑자를 내는 배우가 있다. 배우에 연출가, 극단 대표와 극장장 등 1인 4역을 감당하며 종횡무진하고 있는 이도경(49ㆍ사진)씨다. 그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대학로 이랑시어터. 지난해 5월 빚더미에 올라 문닫을 위기에 처한 은행나무 극장을 인수, 이름을 바꾸었다. 그로부터 1년 반. 그는 극장을 열고 '용띠위에 개띠'를 올린지 5개월여 만에 손익분기점을 돌파, 현재 매달 흑자를 내고 있다고 답했다. "재미와 감동이 살아있는 연극이라면 관객이 외면하지 않을 겁니다" 30여년을 연극만 한 그가 제시하는 흥행 해법은 지극히 단순하고 명료했다. "70~80년대 한국 영화는 관객에게 외면 당했지요. 외려 연극이 후한 점수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연극하면 의례 어려운 것, 뜻 모를 것, 공감대와는 거리가 먼 것이라 생각하도록 그런 극들만 주류를 이루게 한 결과겠지요" 힘이 들어간 워킹, 울리는 발성, 그 역엔 이 복장, '사느냐 죽는냐'만을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등 '연극 같다'는 고정관념이 소극장 문턱을 높인 주범이라 했다. "소극장은요, 숨길 수가 없는 공간입니다. 배우의 눈빛 숨소리 감정 하나 하나가 극의 일부분이 돼야 하죠. 그러니 우리 정서를 투영한 한 마디 한마디를 자연스럽게 표현해야 공감대가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창작극, 제대로 만든 번안극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네 삶의 폐부를 훑는 일상성과 이에서 나오는 카타르시스가 관객의 정서를 울리는 힘이 된다는 뜻. 이렇게 할 때 잃어버린 관객도 되찾을 수 있다고 그는 단언했다. 실지로 그가 공연하는 소극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관객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학로 평균 연령이 23세 가량의 데이트 족들인데 반해 그의 공연장엔 30대 직장인들과 머리 희끗 희끗한 40~50대 관객들이 쉽게 들어 찬다. 사랑과 결혼의 소소한 에피소드로 채워진 '용띠.'가 내 일상과 같아서 재미있고, 잊었던 것들을 건드려 감동을 준단다. '용띠.'를 보고 나오는 관객들은 "여배우는 연기를 정말 잘 하고 남자 배우는 도무지 '연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답한다. 극작가 이만희가 '관객보다 반 박자 앞서 나가는 배우'라 표현한 그의 연기력 역시 흥행 비결이다. 그는 모든 일상에서 '용두(남자 주인공 이름)라면 이럴 때 어떻게 할까'를 상상하고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그런 보이지 않는 고민들이 우러나와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1개월 정도만 연습하고 막 올리는 풍토가 대학로에선 지양돼야 한다고 믿는다. '소극장의 힘'을 이끌어 내려면 배우간의 공감대 등 대본 분석 이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아예 '용띠.'로 10년을 채울 겁니다.'용띠'전용 극장으로 만들면 또 어떻습니까" '불 좀 꺼 주세요'로 3년 6개월, 이후 '용띠위에 개띠'로 27개월(지방공연 10개월 미 포함)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차기작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소극장다운 브랜드'로 '용띠.'를 키우겠다는 게 그의 계획. 남들은 지겹지 않냐고 묻지만 자신은 아직 날마다 새로워지는 단계라 했다. 하루 두 시간 이상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점도 장기 공연을 이어가는 자산으로 보였다. 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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