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망을 피해 10일째 도피 중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장남 유대균(44)씨와 따로 도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동작전'을 통해 수사망을 분산시켜 끝까지 도주하며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유 전 회장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인천지검 특별수사팀(김회장 2차장 검사)은 30일 "유씨와 유씨의 장남 대균씨가 따로 도피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전라도 지역에, 대균씨는 경상도 일대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전라도는 순천·구례·전주 등을 중심으로, 경상도는 대구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구원파 신도들이 많아 도주ㆍ은신이 용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순천과 그 인근 지역에 숨어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외곽을 차단하고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하지만 25일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순천 수색 작전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유 전 회장이 이미 순천을 뜬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날 유 전 회장이 순천 별장에서 타고 도망했던 EF소나타 차량이 전북 전주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차량 안에서 유 전 회장과 운전기사 양회정(56)씨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유 전 회장이 차량을 버려놓고 전주 인근에 머무르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균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균씨가 유 전 회장과 따로 도주행각을 벌이며 경북 대구 등지로 숨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유 전 회장 부자가 호남과 영남으로 따로 움직이는 것은 수사당국의 병력 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끝까지 자수하지 않고 법망을 피해가겠다는 의도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