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CJ CGV는 남모를 고민이 하나 생겼다. 영화 관람객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영사기사가 부족해 영화관을 늘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진흥법에 따르면 영사기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만 영화를 상영할 수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와 대학 정규 교육과정에는 해당 교과목이 없어 사설학원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합격률이 높지 않아 인력수급이 여의치 않다. 이 같은 CJ CGV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이 바로 일·학습병행제다. CJ CGV가 올해 초부터 이 제도를 도입해 고졸자와 비전공 대졸자에 대해 300시간 과정으로 영사산업기사 자격증과 관련한 이론·실습교육을 진행했다. 6개월에 걸친 집중 교육의 결과 영사산업기사 자격증 합격률이 15%에서 75%로 높아졌다. 그 덕에 회사는 인력운용의 숨통을 틔울 수 있었다. 앞으로 CJ CGV는 이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전문인력을 직접 키울 방침이다.
정부가 능력중심 사회 구현과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가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핵심 인재를 스스로 양성하려는 기업문화가 확산되면서 한국형 도제 시스템인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기업이 2,000개에 달한다. 이는 올해 목표인 1,300개를 훌쩍 넘어선다. 지난 9월 500명이었던 학습근로자 수도 1,000명을 돌파했다.
참여기업 면면에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최근 들어서는 중소ㆍ중견기업뿐 아니라 롯데호텔과 우리은행, CJ CGV, 포스코 등 대기업들도 속속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일·학습병행제란 기업이 주체가 돼 학습근로자에게 체계적인 맞춤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이를 산업계가 객관적으로 평가함으로써 훈련생에게 자격이나 학위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식 도제훈련 제도인 셈이다.
기업으로서는 필수업무를 직접 전달해 빠르게 기업문화에 동화시키는 장점이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일·학습병행제 도입 이후 입사경쟁률이 상승하는 등 기업 이미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 인비닷컴의 경우 제도 도입 이후 입사 경쟁률이 3대1에서 7대1로 껑충 뛰었다.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일·학습병행 근로자를 키울 우수 기술기업을 1만개 양성하고 7만명의 학습근로자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이 제도가 정착되면 고졸이어도 기업에서 교육을 받아 임금과 승진 면에서 대졸자와 비슷하게 가는 능력중심 사회가 실현될 것"이라며 "앞으로 대상을 고등학교 재학생으로까지 넓혀 청년고용률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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