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매각이 무산되면서 STX그룹의 재무건전성 향상 계획에 '빨간불'이 켜진 게 아니냐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만 1조원에 달해 어려운 상황"이라며 STX팬오션이 제값에 매각될 지의 여부가 STX그룹 재무건전성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29일 STX그룹에 STX팬오션 인수의향서(LO1)를 제출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당초 STX그룹은 두 곳 이상이 STX팬오션에 대한 LOI를 접수할 경우 공개경쟁입찰을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외국계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는 물론 당초 시장에서 거론되던 인수후보들마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STX팬오션 매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기에 STX조선해양이 검토 중이던 유상증자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밝히자 STX그룹이 재무건전성 악화 위기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STX(3조5,603억 원)를 비롯해 STX조선해양(12조1,970억 원), STX팬오션(5조3,712억 원) 등의 지난 해 12월 말 부채 규모가 20조원 가량에 달하기 때문이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물량만 1조원을 웃돌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STX와 STX조선해양, STX팬오션 등이 올해 상환해야 할 만기 도래 회사채 전체 물량은 1조800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3월 만기가 돌아온 물량(2,000억 원)을 제외한 8,800억 원 가량의 만기가 각각 5월(3,000억 원)과 7월(1,800억 원), 10월(2,000억 원), 12월(2,000억 원)에 돌아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채시장의 경우 지난 해부터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된 상황"이라며 "신용등급 AA 이상을 제외한 우량기업을 제외한 기업, 특히 건설이나 해운 등 업황이 좋지 않은 곳들은 회사채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까닭에 STX그룹은 만기가 도래하는 1조원 가량의 회사채 물량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계열회사 매각 등 재무건전성 향상 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산업은행이 STX팬오션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STX그룹의 재무건전성 향상이 계획대로 진행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업계 일각에서 흐르고 있다. STX그룹이 STX팬오션을 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면 현재 제기되고 있는 재무건전성 우려가 기우로 바뀔 수 있다.
STX그룹 측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상환 시기가 순차적으로 도래하고 있고 또 전체 차입금 가운데 20~30% 가량은 올해 당장 갚아야 하지 않아도 되는 물량이라는 이유에서다.
STX 측 관계자는 "현재 전체 차입금 규모는 11조원 가량"이라며 "이 가운데 선박 건조 뒤 지불해도 되는 선수금환급보증(RG)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 가량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RG의 경우 당장 갚지 않아도 되는 차입금"이라며 "차입금 상황 시기가 당장 도래하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오기 때문에 급격히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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