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독성이 있는 일산화탄소(CO)가 우리 몸에서도 발생하는데 왜 몸은 멀쩡한지 궁금했습니다." 20여년전 당시 미 피츠버그대 의대의 한국인 교수는 단순한 호기심에 이끌려 연구를 시작, 2000년 과학저널'네이처'에 저농도의 CO를 신체에 주입하면 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쾌거를 이뤘다. '독(毒)도 잘 쓰면 약(藥)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연구에 임해 최근 미국 의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하버드 의대 부속 브라이엄 여성병원의 호흡기내과를 총괄하고 있는 최명근(52ㆍ사진, Augustsine Choi)교수다. 그는 CO의 작용기전을 규명의 성과를 평가받아 2011년 호암상 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1일 개최되는 호암상 시상식 참가를 위해 방한한 최교수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료들과 트레이너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수상소감을 동료들과 함께 나눴다.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건너간 최박사는 미 루이빌대 박사학위를 수료하고, 존스홉킨스대, 예일대, 피츠버그대 의대 교수를 역임, 현재 200여명이 넘는 브라이엄여성병원 호흡기 내과를 책임지고 있다. 저농도 CO주입을 환자 치료에 쓰기 위해 미 FDA(식품의약국)안정성 1단계를 통과해 2단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그는 "FDA안정성 테스트 3단계를 거치면 각종 질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검증된다"며 "3단계 통과 일정은 빠르면 3~4년 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농도 CO의 치료효과는 폐질환, 혈관염증성질환 등은 물론 장기이식의 부작용을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든든한 투자가 지원된다면 각종 의학품으로 응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성과에 대해 노벨의학상 수상자 조셉 머레이 박사는 "자동차 배기가스의 주성분이며 인체에 치명적인 CO의 유해물질이 질병 치료에 쓰일 수 있다는 점은 새로운 발상"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소감에서도 밝힌 대로 그는 유독 협업(collaboration)을 강조했다.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경희의료원 등 매년 그를 찾아와 공동연구를 하는 국내 연구진이 50여명이 넘는 것도 그의 평소 지론에 따른 것이다. 후배들을 위한 멘토 역할도 강조했다.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데 멘토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그들이 성공하느냐 아니냐는 앞서 가는 우리들의의 몫이죠. 전문분야의 꿈이 있다면 그들의 훌륭한 멘토가 되는 것입니다." 최교수는 할아버지부터 하버드 의대 1학년에 재학중인 아들에 이르기까지 4대째 의사집안 출신이다. 부친인 최영수 박사는 아시아 최초로 심장절개 수술에 성공한 흉부외과 전문의로도 유명하다. 환자 치료, 연구 그리고 강의까지 의사로서 3가지 역할을 즐기고 있다는 최박사에게 마지막 질문으로 한국인의 유전적 특징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열심히 일하고, 진실하게 일하며, 교육열이 뛰어나 각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두각을 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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