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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S&P·케이스실러 지수' 나온다] 주택가격지표 실태 어떻길래

호가 기준 매매지수, 실거래가 반영 못해<br>표본도 전체 0.07% 그쳐 신뢰성에 의문


한국감정원이 집계한 지난해 9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가격 지수는 99.5였다. 쉽게 말해 기준점인 지난 2012년 11월에 비해 아파트값이 0.5% 떨어졌다는 의미다. 실제 거래가격은 어땠을까. 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실거래 신고를 바탕으로 감정원이 집계하는 실거래가 지수는 지난해 9월 132.8(기준점 2006년 1월)이었다. 매매가격 지수의 기준점인 2012년 11월 124.6과 비교하면 오히려 가격이 8.2포인트가 올랐다. 정부 정책의 원재료 역할을 하는 감정원의 주택 통계마저도 실거래 가격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새로운 지표 개발에 나선 것도 이처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부동산 가격 지표가 정확하지 않아 통계적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개발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매월 발표되는 케이스실러지수의 대도시 가격 지표가 경기의 향방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는데 우리는 부동산 시장의 동향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판단의 기준이 되는 지표가 정확하지 않은 만큼 사업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데도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통계가 공신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내 아파트가 924만6,000가구에 이르지만 한국감정원 주간 조사는 전체 아파트 가운데 0.07%(6,228가구)에 불과해 전체 아파트 가격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표본집단이 너무 적어 통계적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대표 지표도 마찬가지다. KB국민은행이 집계·발표하는 KB시세는 신뢰성 문제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KB시세도 집주인이 부르는 호가를 바탕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는데다 표본이 들쭉날쭉하다는 문제로 학계에서 보이콧을 선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미국 케이스실러지수처럼 실제 거래가격을 대표 지표로 삼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서 주택을 살 때는 대부분 금융회사의 모기지론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모기지론이 활성화돼 있지 않은데다 주택거래신고 의무기간이 60일이어서 짧아야 석 달, 길게는 5개월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 또 신고되는 가격이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은, 이른바 '다운 계약서' 관행도 여전하다.

KDI가 부동산114사의 시세 전수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격지수를 개발하는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고려한 결정이다. 송인호 KDI 실물자산팀장은 "빈약한 표본을 단순 가중평균하지 않고 케이스실러지수처럼 회귀분석 등 보다 정교한 통계적 기법과 풍부한 전수조사 시세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다 정확한 지표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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