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생사 새국면] 2금융권등 비협조 '걸림돌'

6조 7,000억 지원계획불구 '고객눈치' 투신등 소극적하이닉스반도체가 또다시 회생과 퇴출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은 3조원의 출자전환을 포함, 총 6조원이 넘는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해 30일 열리는 은행장 회의를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하이닉스의 퇴출이 미칠 경제적 파장과 그동안의 지원규모 등을 감안할 때 어떤 식으로든 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주요 채권은행들도 대규모 금융지원에 따른 경영부담을 우려하면서도 어느 정도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압력 및 해외 채권단의 중도상환 요구, 투신ㆍ리스사의 비협조 등 안팎의 악재로 인해 경영정상화 방안 마련이 그리 순탄하지 만은 않을 전망이다.

◆ 3조원 출자전환 등 6조7,000억원 지원

외환은행이 마련한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은행권은 3조원의 출자전환을 포함, 총 3,500억원 가량을 지원하게 된다.

투신권은 회사채 1조1,980억원의 만기연장, 리스사는 리스채권 5,230억원의 만기연장에 동참해야 한다. 출자전환은 기존 전환사채(CB)의 주식전환과 1조원 이내의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 신규발행 CB 1조원 인수 등이 기본 골격이다.

채권기관별 배분은 수출환어음(D/A)과 신디케이트론(협조융자), 회사채 등 채권액에 따라 이뤄진다.

은행권은 출자전환 외에도 내년 하반기에 만기도래 하는 신속인수 대상 회사채 1,320억원과 출자전환 후에 남는 대출금 2,250억원을 만기연장하고 출자전환 후의 수출환어음 잔액 1,630억원을 중장기 일반대출로 전환할 계획이다.

또 산업은행은 하이닉스의 회사채 신속인수 적용이 조기에 종결됨에 따라 3,000억원의 시설 투자자금을 신규로 지원하게 된다.

◆ 해외채권단 압박, 2금융권 비협조 등 걸림돌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마련 작업은 안팎에서 돌출하는 악재로 인해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체이스맨해튼 등 9개 외국계 채권은행들은 최근 4,600만달러(약 600억원)의 채권에 대한 조기상환을 요구했다.

이들은 하이닉스가 계열분리를 했기 때문에 당초 약정에 따라 중도상환을 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하겠다고 압력을 넣고 있다. 게다가 미국 정부 등의 통상압력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은행권의 출자전환 외에 가장 큰 핵심인 회사채 만기연장에 동참해야 하는 투신권이 고객보호 등을 명분으로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리스사들 역시 어려운 업계상황 등을 이유로 지원에 미온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것이 걸림돌이다.

외환은행은 이와 관련, 하이닉스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2금융권의 협조가 필수적이고 만일 차질이 생기면 기업구조정촉진법에 의한 채무조정이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다음달 14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발효되면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공동관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만일 이때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법규정상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진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