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잇따른 노조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새 집행부 선거전에 돌입한 외환은행 노조가 세력 과시에 나선 데다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하나SK카드에선 첫 노조가 설립되면서 사측과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하나SK카드 노동조합이 공식 설립됐다.
하나SK카드에 설립된 첫 노조로 전체 직원(약 460여명)의 70% 이상인 300~330여명이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설립된 지 1개월이 지났지만 노조의 공식적인 업무는 개점휴업 상태다. 사측이 노조 업무를 전담해야 할 직원에 대한 인사발령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에 조기 인사발령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사측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한 사업장의 조합원이 300명 이상 499명 이하인 경우 최대 5,000시간이 근로면제시간으로 인정된다. 2,000시간은 전임자 1명으로 치환돼 하나SK카드의 경우 2.5명의 노조 전임자를 둘 수 있다.
하나SK카드의 한 노조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노조를 설립했고 관련법에 의거해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음에도 사측은 노조 길들이기 차원에서 확답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SK카드 외에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그룹의 더 큰 짐이 되고 있다.
현재 외환은행은 차기 노조 집행부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4개 후보가 도전장을 냈으며 오는 11월1일 투표가 예정됐다.
문제는 어느 후보 할 것 없이 하나금융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통합작업에 대한 적극적 저지운동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점이 부담스러운 하나금융그룹 역시 노조 선거가 마무리되는 11월까지는 카드사업 통합 등 외환은행 임직원을 자극할만한 일은 일체 자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외환캐피탈 업종 전환 및 외환카드ㆍ하나SK카드 통합 등을 준비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과 외환은행 노조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형 금융지주사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전략을 짜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노조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라며 "특히 하나금융그룹은 대형 금융지주 중에서도 노조활동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곳이어서 문제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은행계 카드사 중 노조가 출범하지 않은 곳은 아직 설립 단계인 하나SK카드가 유일하다. 올 초 은행에서 분사한 우리카드의 경우 분사하자마자 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공식 출범 및 위원장, 수석부위원장 등 2명에 대한 노조 전임 발령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한 은행계 카드사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자사 노조 전임자 발령을 미루는 것은 초반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라며 "경쟁 금융지주에 비해 노조활동을 용인하지 않는 하나금융그룹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