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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장사가 안 되자 빚을 내 메우고 이를 갚지 못해 연체가 늘어나는 소규모개인사업자(소호ㆍSOHO)가 늘고 있다.
31일 금융계에 따르면 소호 대출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은 소호 대출규모가 38조1,000억원(29일 현재)으로 지난해 말보다 2조5,000억원 늘었다. 후발주자인 농협은행도 소호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전년동월보다 1조9,000억원 증가한 13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우리ㆍ신한ㆍ하나 등 5개 은행의 소호 대출은 1년 사이 11조5,000억원가량 늘어난 상황이다.
문제는 소호 대출이 늘면서 연체율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은행의 소호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98%에서 1.23%(5월 말)까지 올랐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0.46%로 안정적으로 관리됐지만 3월 말에는 0.71%까지 상승했다. 국민은행도 같은 기간 0.42%→0.59%로 올라갔는데 이런 흐름은 대부분의 은행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0.8%까지 떨어졌던 연체율은 올 들어 급등해 4월 말 현재 1.07%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소호 대출 연체율은 1% 안팎이어서 높지는 않다. 하지만 내수경기는 여전히 차갑고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가 너도나도 자영업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연체율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자영업자 대출 중 만기 일시상환 비중은 담보대출의 경우 47.7%, 신용대출은 25.7%로 상용근로자(담보대출 38.0%, 신용대출 21.9%)보다 높은 것이 불안요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영업자 가운데 가처분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 비중이 40% 이상인 '고위험 가구'는 14%나 된다"면서 "자금사정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경기가 어렵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빚을 내 가게를 유지하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연체를 하는 것"이라면서 "소호 대출을 늘리고는 있지만 최근 여신심사를 좀 더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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