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비자금 수사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은 현대ㆍ기아차가 하청ㆍ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위해 앞으로 4년간 10조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5년간 미래형 차 개발에 약 1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최재국 현대차 사장과 조남홍 기아차 사장은 30일 오후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과 가진 자동차업계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상생협력 및 미래형 차 연구개발(R&D)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현대ㆍ기아차가 밝힌 협력업체 지원규모는 국내 완성차 5사의 지원 금액 14조3,200억원의 71.3%에 달해 토종업체의 대ㆍ중소기업 상생 협력에 대한 기여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 외국계가 대주주인 GM대우ㆍ르노삼성ㆍ쌍용차 등의 상생협력 지원액은 4조1,100억원에 그쳐 시장 점유율을 감안하더라도 현대ㆍ기아차보다 낮은 수준이다. 현대ㆍ기아차는 우선 올해 협력업체에 2조3,800억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부품 협력업체의 신규기술 개발 및 성능 개선에 필요한 ‘개발자금’ 4,45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가 채산성 악화로 경영 위기에 처하거나 대규모 설비자금이 필요할 경우 총 800억원 한도에서 ‘운영자금’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에 5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철강제품 등 협력업체의 원자재 구매시 현대ㆍ기아차의 구매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원자재 물량 통합구매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원자재 구매 지원비’ 1조8,500억원도 책정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아직 구체적인 경영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오는 2007~2009년의 세부적인 협력업체 지원 내역은 정하지 않았으나 연간 지원 총액을 확정하고 ▦2007년 2조5,300억원 ▦2008년 2조6,300억원 ▦2009년 2조6,700억원 등을 협력ㆍ하청업체에 지원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또 향후 5년간 하이브리드차ㆍ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차 R&D에 약 1조원을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5사의 미래형차 R&D 투자비는 총 1조5,700억원 정도이며 그중 현대ㆍ기아가 약 60%를 차지했다. 산자부는 미래형 차 R&D에 2010년까지 정부 예산 2,1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최 현대차 사장은 “경영여건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어서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에 주력하겠다” 며 “협력업체 납품단가 절감도 업체별 경영상황을 고려해 합리적 협의를 거쳐 적정이익률이 보장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