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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감원의 KB 제재 보이지 않는 손 있었나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해 각각 경징계를 결정했다. 최수현 금감원장 등이 여러 차례 중징계 의지를 밝혔지만 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의위원회 위원들은 경징계를 선택했다. 3개월 가까이 KB금융을 쑥대밭으로 만든 최 원장과 금감원의 위신은 말이 아니다. 임 회장과 이 행장도 급한 불은 껐지만 신뢰가 땅에 떨어진 KB금융과 마찬가지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금융사고를 낸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를 엄벌하겠다고 했던 금감원이 애초의 방침을 지키지 못함에 따라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듯하다. 금융지주 회장 등을 중징계하려면 철저한 조사와 법률적 검토, 충분한 소명 절차가 완벽하게 뒤따라야 했다. 그런데도 6월 중 결론를 내리겠다는 등 호기를 부리다 시간만 질질 끌고 결국 자문기구 위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했다. 파장이 만만찮은 사안을 단판에 결론 내겠다고 성급하게 나섰다가 감사원 등 다른 정부기관의 개입을 자초한 것도 금감원의 자업자득이다.

이 같은 '금감원발 참사'가 재연되지 않으려면 제재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위반행위에 대한 검사와 제재를 한 기관에서 담당하면 이번처럼 중징계 방침을 예고하는 등 자의적 판단으로 흐르기 쉽기 때문이다. 징계 결정 과정에서 임 회장과 이 행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낸 '보이지 않는 손'이 영향력을 미쳤다는 인상을 지우기도 어렵다. 그런 만큼 정부 부처나 정치권의 부당한 개입에서 보다 자유로워지기 위해 제재심의 법적 지위와 독립성 강화가 절실해 보인다.



금감원의 경징계 결정으로 KB의 두 수장은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하지만 KB지주와 국민은행, 그리고 사내외 이사들 간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또다시 경영주도권 다툼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당장 국민은행 노조는 "꼴사나운 권력 싸움을 벌이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며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사퇴를 요구하면서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두 수장은 무엇보다 KB의 신뢰를 추락시킨 데 대해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더불어 둘 사이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대승적 화해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22일 시작된 경영진의 1박2일 템플스테이가 다시금 조직을 추스르고 KB금융의 도약을 위한 상생의 리더십을 다짐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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