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76년 이후 가장 빠른 한가위를 맞이하는 유통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올해 추석은 9월8일. 선물용 수요가 많은 사과·배 등 햇과일의 본격 출하 시기보다 추석이 더 이른 탓에 과일 물량 부족이 예상되는데다 여름 휴가철 직후 추석이 찾아오면서 연이은 가계지출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추석 선물 마련에 지갑 열기를 꺼릴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형마트 등 유통 업계는 예년보다 서둘러 이달 중순부터 이미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했고 소비자의 지출에 대한 부담감을 덜기 위해 신용카드 할인, 구매금액별 할인 등의 프로모션도 예년보다 강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햇과일과 한우·수산물 등의 물량 확보를 위해 상품담당자들을 현지로 직접 보내는 한편 수입 과일,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국산 신선식품을 대체할 수 있는 선물세트 준비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두자릿수 이상 늘려 준비하기로 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하나로마트는 지난주 상품·마케팅·기획·홍보 책임자들이 모두 집결한 가운데 추석 대책 마련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가을 추석보다 여름 추석에 소비가 더 둔화된다"며 "여름휴가 기간에 지출이 많았던 소비자가 한 달여 만에 다시 큰돈을 쓰는 데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실제로 추석이 9월12일로 빠른 편이었던 2011년 당시 농협하나로마트의 추석 매출은 전품목이 역신장하면서 전년 대비 4.2%가 감소했다. 또 이날 회의에서 올 추석 대목 기간 사과 가격은 전년 대비 10~15%, 배는 1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하나로마트는 선물세트 사전예약 고객에게 신용카드 할인, 덤 상품, 상품권 증정 등의 혜택을 강화하고 가공식품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늘린 판촉용 카탈로그를 조기 제작, 배포하기로 했다.
과일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는 이마트·롯데마트 등 다른 업체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마트는 국산 햇과일의 대체재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육과 수산물 선물세트를 지난해보다 크게 늘리기로 했다. 특히 정육은 10만원대, 수산물은 3만~5만원대 중저가형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아예 4월부터 상품별 MD를 전국 산지로 보내 물량 확보를 위한 사전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없던 태풍이 추석 전 강타할 경우도 계산에 넣었다. 롯데마트는 경남 거창 등 대규모 농가 10여곳과 직거래를 통해 30억원어치의 사과 물량을 사전 확보하고 골드키위·망고 등 수입 과일세트도 늘렸다.
유통업체들은 과일의 또 다른 대체재로 가공식품·생활용품 선물세트 판매량을 늘릴 방침이다. 이로써 식품·생활용품업체들 역시 초여름부터 추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새로운 선물세트 구성과 홍보에 돌입했다. CJ제일제당 측은 소면·파스타·장류 세트 등 이색적인 선물을 선보이는 한편 과일·한우 등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10% 이상의 선물세트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유통 업계는 상품권 판매와 추석선물세트 예약 판매도 예년보다 시작 시점을 앞당기고 예약 접수 기간도 늘리기로 했다. 여름휴가가 본격화하기 전에 먼저 선물 판매를 시작해 소비자의 지갑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가장 빨리 시작한 곳은 홈플러스로 이미 14일부터 전국 점포와 인터넷몰을 통한 추석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30일부터 9월7일까지 40일간 명절 대표 선물로 꼽히는 상품권 패키지 판매(9,070세트)에 전격 돌입한다. 전년 보다 20일가량 앞당겼으며 9일 더 길게 진행하고 패키지 총금액도 12% 늘렸다. 특히 10·30·50만원권에 대한 선호도 증가로 해당 상품권으로 구성된 1,000만·3,000만원 고액 패키지를 전년보다 50억원 증가시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