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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北 최고과학자 리승기 박사

비날론 전신 '합성섬유1호' 개발<br>북한, 두차례나 기념 우표 발행


우리나라에서 과학자를 모델로 우표를 발행한 적은 없다. 북한은 두 차례나 한 명의 과학자를 기념한 우표를 발행했다. 바로 합성섬유인 '비날론'의 발명자 고 리승기 박사(1905~1996)다. 리 박사는 1960년대 초반까지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크게 이름을 떨친 과학자로, 북한에서는 이례적으로 그에 관한 대중용 전기가 출판될 정도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일까. 리 박사는 190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를 거쳐 1925년 일본으로 건너가 마츠야마고등학교를 나왔다. 그 뒤 1931년 교토제국대학 공업화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지도 교수였던 기타(喜田)의 추천으로 처음에는 아스팔트를 연구하는 회사에 취직했다. 이곳에서 아스팔트와 관련한 다수의 특허를 취득하는 성과를 올린 뒤 자신이 원하던 합성섬유를 연구할 기회를 잡는다. 바로 교토제국대 부설 일본화학섬유연구소에 연구강사로 임용된 것. 1938년 당시 세계는 미국 듀퐁사가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을 개발하면서 합성섬유 연구 열풍이 불었다. 원래 세계적인 비단, 면직물 수출국이었던 일본도 합성섬유 연구에 뛰어들었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폴리비닐알콜(polyvinylalcohol, PVA) 계열의 고분자 화합물을 원료로 쓸 수 있는지 연구했다. 나일론은 석유를 원료로 필요했지만 폴리비닐알콜은 석회석을 원료로 했기 때문에 석유가 나지 않는 일본에 적합했다. 이듬해 리 박사는 비날론의 전신인 '합성섬유 1호'를 개발했다. 합성섬유 1호는 단순한 개인적인 영광 그 이상의 것이었다.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 리 박사가 거둔 성공은 조선인의 자랑이 되기에 충분했다. 과학잡지 '과학조선'은 조선인 과학자의 대표적인 인물로 리 박사를 지목했고, 종합잡지 '조광'(朝光)도 '세계의 학계에 파문을 던진 합성1호의 기염-리승기 박사의 고심 연구달성(1939년 12월호)'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후 1950년 7월 서울에서 평양으로 월북한 리 박사에게 북한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지원했다. 아마 리 박사에게 흥남의 질소비료공장에서의 근무와 비날론연구소 설립을 제안한 것이 그가 월북한 가장 큰 요인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1961년 마침내 연간 2만톤의 비날론을 생산하는 공장이 북한에 완공되기에 이른다. 북한은 리 박사에게 노력영웅 칭호와 제1회 과학부문 인민상을 수여했다. 그가 병으로 누웠을 때 김일성이 그에게 100년 된 산삼을 보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북한 최고의 과학자로 이름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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