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캠프 들어가게) 사표 수리 좀 빨리해주세요."
인사를 담당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아직 임기가 남은 한 공공기관 감사가 사표 수리를 빨리해달라는 요청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일해오면서 사표를 빨리 처리해달라는 일은 처음"이라며 "캠프에 간다며 사표를 냈는데 그래도 책임이 있는 공기업 감사인데…"라며 씁쓸해 했다.
대통령 선거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한 공공기관 감사의 부적절한 행동에 뒷말이 나온다. 정권 초기의 낙하산 인사에 이어 정권 말의 기강 문제도 심각하다는 얘기가 많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달 말 공석이 된 차기 감사를 뽑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공단 측이 갑자기 감사를 선발하게 된 것은 최근까지 감사를 지내던 임모씨가 급작스럽게 사표를 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달 말 "캠프에 간다"는 이유로 임기가 남았음에도 감사직을 떠났다. 임씨의 임기는 다음달 5일까지다.
이를 두고 뒷말이 적지 않게 나온다. 임씨는 대통령시민사회비서관실 행정관 출신으로 불교계 고위층과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감사에 자리할 때도 낙하산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다. 불교계에서는 지난 4월 총선 때 그가 새누리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불교계 홀대론'을 들고 나오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못 와서 난리인 '신도 부러워한다는 자리'가 바로 공기업 감사.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 감사는 2011년에 1억1,709만원을 받았다.
한 공기업의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자리라도 본인이 싫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감사는 한순간도 비워둘 수 없는 자리"라며 "낙하산 논란이 많다 보니 감사를 다들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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