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 동기보다 3.2% 늘어난 462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증가율로 따지면 지난해 9월의 2.2%나 10월의 2.4%보다 높은 수준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은행권의 기업대출 증가분이 대부분 대기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대기업 대출 잔액은 125억4,000억원으로 전년 같은달보다 26.6% 늘어나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의 8.3배에 달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은 2011년 경제성장률(3.6%)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대기업과 비교하면 대출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자금사정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했다. 이달 중소기업의 자금사정실적BSI(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월과 같은 82로 2009년 5월(8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88 이후 하락세를 이어간 셈이다. 자금사정실적BSI가 100 미만이면 자금사정이 좋다고 답한 기업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반면 대기업 자금사정실적BSI는 지난해 12월 92에서 올해 1월 94로 호전됐다. 지난해 9월 88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올해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문턱을 높일 가능성이 큰 만큼 중소기업 자금사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올 1ㆍ4분기 은행의 중소기업대출태도지수는 0으로 전분기보다 9포인트 떨어졌다.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가 3에서 6으로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좋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좋지 않을 때는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작 돈이 필요할 때 대출이 막혀 힘든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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