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일 수교 40주년을 맞이했다. 그 의미와 앞으로 양국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실 일본의 일반인들 사이에서 내년이 양국이 교류를 맺은 지 40주년이라는 데 대해 특별한 느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꾸준히 양국이 일체화하여 지내 왔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 한국에 몇십 번이나 오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경제 면에서도 최근에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둘러싼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상호 경제교류는 꾸준히 계속돼 왔다. 모든 분야에 있어 마찬가지지만, 특히 경제에 관해서는 특정 시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일본과 한국의 동시 발전은 물론이고, 실제로는 여기에 중국까지 합세한 동북아 3국의 일체화도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년은 한ㆍ중ㆍ일 3국간의 이 같은 움직임이 특히 가속화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겠다. -한일 FTA 체결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 업체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도 많은데, 한일 FTA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동남아 국가들을 방문할 때도 역시 화두는 FTA인데, 일본이 아시아에서는 경제최강ㆍ최대국이라는 점 때문에 동남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본이 일방적으로 정보를 내 주는 것이 옳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듯하다. 한국과 일본간 논의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양국이 동등한 조건 하에 협정을 체결할 경우 한국측에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상품이나 서비스, 인적인 교류를 통해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를 기회라고 받아들인다면 FTA 체결은 그 자체로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과의 경제교류에서 자본재를 들여오기만 할 뿐 정작 기술이나 노하우는 유입되지 않는 과거의 구조가 지속되리라는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미 양국간 기업 제휴가 상당 수준 진척되고 있는데다, 하이테크 분야에서는 한국이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한국이 전혀 손색없는 수준에 도달하는 등 한국 산업은 그만큼 발전하고 기업의 기반도 충실하게 다져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의 구조를 되풀이 지적하는 것은 21세기에 들어선 현 시점에서 구태의연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과의 FTA 체결 이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 무엇인가. ▲특별히 우려되는 부분은 없다. 농업 부문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기는 하지만, 농업이란 어느 나라에서나 특수 상황이 있게 마련이기 때문에 차근차근 과제를 풀어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도 경단련 회동에 참석해 FTA 이후 농업 분야에 관해 낙관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지금 중국에서 한 알에 2,000엔짜리 사과와 300엔짜리 딸기, 최고급 품질 쌀인 '고시히카리' 등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 그 정도라면 소득 수준이 중국보다 훨씬 높은 한국에서도 경쟁력이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일본 농업에서 과거와는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과거에는 농가와 재계가 대치 국면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농가의 대표 단체인 농협과 재계 단체인 경단련 수뇌들간 의견 교환도 빈번히 이뤄짐에 따라 서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과거에는 농가가 국내 시장을 지키는 데만 골몰했지만, 지금은 FTA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농가의 의식 개혁도 상당수준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내년 말까지 FTA를 체결한다는 양국 정상의 의지가 실현 가능하다고 보는가. ▲양국 정상의 결의가 중요한 사안인 만큼, 최종적으로는 내년 말까지 협정 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양국간 협의가 정체된 느낌을 줬지만, 이제 일본이나 한국 모두 시대적인 요청에 등을 떠밀려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 입장에서도 실제 인적 교류와 농업 교류 등이 자유롭게 이뤄지면 자국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겠는가. -고실업 시대를 맞아 양국 인적 교류가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지, ▲가령 일본과 필리핀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필리핀의 간호 인력이 일본으로 상당수 유입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가속화하리라고 본다. 한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첨단 정보기술 분야에서 이미 상당히 자유로운 인력 파견과 장기 체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렇듯 우선은 현재도 상당부분 진행되고 있는 전문직의 인적 교류가 꾸준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일반 노동자는 언어 장벽 때문에도 당장은 어렵지 않겠는가. -일각에서는 향후 아시아 시장에서 중국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일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에 대한 의견은. ▲생산가와 시장 크기에 있어서 중국을 제치기는 힘들 것이지만, 기술개발 등의 부문에 있어서는 지지 않을 것이다. 단 양국이 중국을 견제한다기 보다는,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의미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상품이 개발되면 그 제품의 국제 표준을 어디가 딸 것인지가 관건이 되는데, 일본과 한국이 손을 잡으면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연구개발 뿐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올리리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국의 기세에는 남다른 부분이 있다. 자원은 없이, 가진 것은 두뇌 뿐인 일본과 한국 입장에서는 두뇌를 살리지 않고서는 앞으로 경제가 쇠락하는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양국 모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선진화된 교육을 기반으로 인적 경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유럽이 단일통화를 지닌 단일 경제권을 형성했듯, 아시아 국가들도 이와 비슷한 역내 경제권 통합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제기돼 왔다. 특히 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각국이 공동으로 통화 방어를 해야 한다는 방안도 부상했으며, 최근에도 한ㆍ중ㆍ일 3국 정상 간에 비슷한 논의가 있던 것으로 아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일본 국내에서는 단일 통화권 구축이라기 보다는 엔화 통화권을 확대하자는 논의가 진행돼 왔다. 그리고 실제로 아시아에서는 이미 엔화 결제가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통화 통합이 실현되고 나면 각국의 인플레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는 점이다. 동남아 각국은 물론이고 중국도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면서 국민들의 생활 수준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지금은 각국이 자국 통화를 운용하고 있어 외부 쇼크에 대한 방어가 가능한 부분이 있다. 특히 통합이 이뤄지고 나면 생산성이 낮은 지역과 높은 지역간 격차가 심해져 혼란이 야기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회원국간 경제력에 차이가 있다고는 해도 극심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유로화 통합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경우, 일본과 중국만 놓고 봐도 일본이 인구는 10분의 1 수준이지만 경제 규모는 3배 가량 크니 실제 생산성 차이는 30배 가량 차이가 난다는 얘기가 된다. 또 일본과 한국, 타이완을 합친 경제 규모에 따라 오려면 나머지 국가들에게 20~30년이 걸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통화만 합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너무 많다. FTA도 마찬가지로, 동남아 국가들과 논의는 있지만, 각국의 경제기반이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까지 갖춰지고 수출입 등의 균형이 맞춰지지 않는다면 힘들 것으로 본다. -지난해 일본 경제가 되살아날 것처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서는 거시지표가 안좋아졌는데, 올해 일본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그리 나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 중국, 아시아 각국 등의 해외 수요가 어느 정도 있는데다, 부실자산 문제도 지난 10년 동안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서 경제가 10년 장기 불황에서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새 사업과 상품에 대한 신규 설비투자의 흐름은 금새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성장률이 뒷걸음질을 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성장폭이 크지 않아 일부에서는 회복세가 주춤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일본의 경제 규모는 약 500조엔에 달하므로, 단 1%만 성장한다고 해도 그 규모는 엄청난 것이다. 덩치가 크기 성장률이 낮은 것은 당연한 것이고, 이 정도 규모의 경제가 계속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점 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재계에서도 경제 성장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다만, 중소기업 구제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망해야 하는 기업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이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이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빠지면서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한국 경제의 앞날에 대해서는 어떻게 내다보는지. ▲내수 경기는 안 좋을지 모르지만 중국과의 무역관계에서 흑자를 내는 나라는 한국 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지난해 가을 전라남도를 방문했을 당시, 조선업체들이 더 이상 주문을 받기 힘들 정도로 주문이 밀려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적어도 내가 접한 바로는 한국 경제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경제 침체를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일본 기업에도 등을 돌리지 말고 적극적인 투자를 끌어내 주기 바란다. -최근 일본에서 불고 있는 '욘사마'열풍이 한일 경제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국민들간 감정 교류를 깊게 한다는 의미에서 한류 열풍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무척 클 것으로 본다. 특히 국민들의 실제 재미와 연결되는 부분에 있어서는 경제적인 실익을 거두는 데도 탄력을 붙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도 '실미도'나 '쉬리' 등 한국 영화를 상英?즐겨 보는 편인데, 경단련 내에서 부인들이 한국 배우의 팬인 경우도 많아 주변에서 한류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한국을 따라 영화 등 문화산업에 관한 전문 교육기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로 동아시아를 위협하는 한편, 일본 등 각국과의 경제협력도 원하고 있다. 이 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방안이 있겠는가. ▲외교 문제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선택할 문제는 아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당근과 채찍을 균형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지원은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금 이뤄지는 수준으로 지속해 나가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한일간 보다 발전된 경제협력과 양국 공존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까도 강조했듯이, 일본은 양국간의 일체화 과정에 대해서는 의식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 기업가들도 한국 기업에 대한 차별의식은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양국이 일체화되는 상호 교류는 앞으로도 더해갈 것임은 분명한 일이다. 약력 ▦37년 가고시마현 태생 ▦62년 게이오대학 경제학부 졸업 ▦64년 게이오대학 경제학연구과 석사과정 수료 ▦ 경제단체연합회 조사부 ▦85년 〃 총무부장 ▦87년 〃 산업기반부장 ▦94년 〃 상무이사 ▦97년 〃 전무이사 ▦2001년 〃 사무총장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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