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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골목마다 하나씩 있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에 가면 진열대 가득 수십가지 빵들이 진열돼 있다. 그 많은 빵들이 제과점의 좁은 공간에서 나올 수 있는 비결은 냉동생지 덕분이다.
냉동생지는 쉽게 말해 냉동반죽(Frozen Dow)이다. 밀가루와 각종 재료를 섞어 반죽을 하고, 모양을 내 굽기 직전 단계에서 영하 40도로 급속 냉동한 반제품이다. 냉동생지를 오븐에 구우면 빵이 된다. 제과점에서는 여기에 올리브유나 깨 같은 약간의 재료를 더해 모양을 내고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넓은 주방공간, 식자재 창고, 조리인력이 필요한 일반 신선빵과 비교하면 공간과 인력이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공장에서 만들어 제공하는 양산빵과 달리 유통기한이 9개월 정도로 길어 반품이 거의 없고 자주 공급할 필요가 없어 물류비가 적게 든다.
서울식품 서성훈(59ㆍ사진)대표는 16일 서울 삼성동 사무소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제과점에서 직접 모든 제빵 공정을 하면서 이익을 낸다는 것 자체가 공간ㆍ시간ㆍ인력 등 모든 면에서 넌센스"라며 "제과점에 카페ㆍ레스토랑 등을 함께 가져가는 요즘 트렌드에서는 더욱 냉동생지가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객 테이블을 늘리고 더 밀접한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 주방 공간과 조리 인력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냉동생지 부문의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매출 450억원을 달성하고, 3년 후인 2015년에는 1,000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냉동생지는 서울식품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제품이다. 지난 1955년 설립된 서울식품은 당초에는 공장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양산빵과 제과를 주력으로 했다. '코알라' 브랜드로 다양한 빵 제품과 '뻥이요'를 비롯한 스낵류를 생산해왔다.
그러다 서울식품은 지난 2011년 6월 양산빵 부문을 과감히 정리했다. 삼립,샤니,기린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적자만 쌓여갔기 때문이다. 주력 매출처인 대형마트에 저가로 공급하고도 반품, 판촉, 물류 비용까지 부담하면서 해마다 수십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미국계 대형할인매장인 코스트코에 냉동생지를 공급한 것이 전환점이 됐다. 한국 코스트코에 이어 일본ㆍ대만 법인으로도 제품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늘어났고, 적자투성이인 양산빵 사업을 하지 않아도 현재 매출 이상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또 서울식품은 CJ프레시웨이, 아티제 브랑제리, 크라운베이커리, 한화리조트, 신라호텔 등에 냉동생지를 공급하고 있으며 뚜레주르와도 협의를 하고 있다. 올 상반기 매출 174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9억원과 5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의 25%를 차지하던 양산빵 부문을 정리했지만 올 상반기 매출은 9% 줄어드는데 그쳤다.
서 대표는 "코스트코가 까다로운 제품 검증으로 워낙 유명하다 보니, 한국 매장에 납품하고는 바로 일본ㆍ대만법인으로도 공급하게 됐다"며 "현재 협의 중인 하와이 지역을 포함 향후 아시아지역으로 공급처를 확대해 수출을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비중을 현재 20% 에서 내년에는 30~4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매출의 20%가 발생하는 음식물 자원화 설비부문에도 기대가 크다. 현재 수원과 김포한강신도시에 음식물 쓰레기 사료화 설비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으며 하남에도 건설하고 있다. 서울식품은 제빵 공정상 발생하는 음식물 쓰레기 및 반품된 제품 처리를 위해 이미 10여년 전에 음식물 쓰레기 처리설비를 자체 개발해 특허까지 받은 상태다.
서 대표는 "주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다 보니 정기적인 수주는 없지만, 유지운영 수익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며 "과거 졸속으로 추진돼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설비를 갖춘 지자체들이 많아 향후 성장성이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밖에 창업ㆍ운영비용이 적으면서도 수익이 날 수 있는 '제과점+α' 프랜차이즈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10월 11일 충주에 첫 시범점포를 런칭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요즘 프랜차이즈는 임대료가 비싼 매장에 인테리어ㆍ장비만 수억원씩 들어가 쉽게 창업하기 어렵다"며 "조기 퇴직자들이 큰 부담 없이 창업해 운영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식품은 현재 프리미엄급 커피 전문점인 '팅크커피'와 중저가 제과점 '맨치드베이커리' 등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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