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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삼성테크윈 등 4개 계열사를 패키지로 묶어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한 것은 사업구조 재편과 지배구조 단순화를 노린 '양수겸장'의 포석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과 방위 산업 등 업황이 부진하고 성장성이 떨어지는 비핵심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그룹 역량을 전자·금융·건설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과 삼성종합화학의 매각으로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 등과 복잡하게 얽힌 계열사 간 지분관계도 자연스레 정리되면서 지배구조가 단순화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이번 딜은 지난 4~5월께 한화가 삼성에 삼성탈레스 인수 의사를 타진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기회를 노리던 한화가 방산전자 시스템 전문업체인 삼성탈레스 인수를 추진했고 때마침 사업재편 중이던 삼성은 아예 삼성탈레스의 모회사인 삼성테크윈에 대한 계열사 지분(32.4%)을 인수해줄 것을 역제안하면서 판이 커졌다.
1977년 삼성정밀공업으로 출발한 삼성테크윈은 2010년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삼성전자에 양도한 데 이어 2011년 카메라모듈 사업을 중단했고 올 상반기에는 반도체부품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조정을 통해 항공기 엔진·부품과 폐쇄회로(CC)TV, 칩마운터, 방산(자주포·탄약운반차)으로 사업 영역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삼성으로서는 그룹 핵심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고 매출 비중도 낮은 방산 사업을 계속 영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 매각 방침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방위 산업과 관련해 각종 비리가 수시로 불거진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건희 회장은 2011년 6월 자체 경영진단에서 삼성테크윈에서 임직원 비리가 발견되자 격노하며 사장을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방산 분야에서 시작된 이번 인수합병(M&A)은 삼성 계열사들의 복잡한 지분구조 때문에 딜 규모가 더욱 커졌다. 삼성테크윈은 삼성탈레스의 지분 50%를 갖고 있고 삼성물산(37.28%)에 이어 삼성종합화학의 2대 주주(22.73%)다. 여기에 삼성종합화학은 자회사인 삼성토탈의 지분 50%를 갖고 있다. 삼성테크윈을 인수하게 되면 삼성탈레스는 물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과도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한화의 재무구조로는 이들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하는 것이 부담이었지만 기존 사업들과 영역이 크게 중첩되지 않아 인수 때 시너지 효과가 크고 인수대금 분납시에는 재무적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빅딜이 성사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으로서는 수익성이 낮은 방산 사업과 최근 부진을 겪고 있고 업황 개선이 불투명한 석유화학 사업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 것 같다"며 "한화도 석유화학을 3대 주력 사업으로 삼고 경쟁력 강화가 필요했던 처지라 두 그룹의 이해가 잘 맞았던 것이 이번 빅딜 성사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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