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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재처리 원천기술' 확보에 달렸다 불공정한 韓美원자력협정 조기 재개정'파이로 프로세싱' 기법 핵폐기물 포화 해법 부상한국 일찌감치 연구 뛰어들어 상당한 성과美도 '유일한 기술적 파트너' 인정따라연구편의 제공위해 자발적 재개정 나설 가능성 이재철 기자 humming@sed.co.kr 지난 4일 과학기술부 주최로 열린 '울트라 프로그램'에 해외 석학으로 초청된 장윤일(사진 왼쪽) 미 알곤국립연구소 연구위원이 한국의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장 연구위원은 이날 한국의 파이로 프로세싱 상용화 가능성에 대해 "야심찬 계획이지만 2016년까지 충분히 기술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른 쪽은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관련기사 '핵재처리 원천기술' 확보에 달렸다 협정 2014년 만료… 과학계 입장은 우리나라가 고준위 핵폐기물 재활용 원천기술만 확보하면 국내 과학계의 난제인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 문제를 의외로 쉽게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이라 불리는 건식 핵폐기물 재처리 기법은 당장 2016년이면 핵폐기물 저장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는 우리에게 '발등의 불'이지만 미국 역시 관련 기술력 확보가 시급해 현재 한국의 연구활동 성과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의 연구개발(R&D) 편의를 위해 미측이 그간 사전동의 절차 등 엄격한 규제를 가해왔던 한미원자력협정을 자발적으로 재개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 분야에서 현재 미국의 유일한 기술 협력국으로 인정 받고 있다. ◇파이로 프로세싱으로 한ㆍ미 연대감 고조=원자력 발전 과정에서는 이른바 '쓰레기'로 불리는 핵폐기물(사용후 핵연료)이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가 이 핵폐기물들을 보관할 수 있는 능력은 총 1만2,561톤. 지난 5월말 현재 이미 8,814톤이 채워져 전체 용량의 70%에 달하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저장공간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저장용량을 최대한 늘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대로라면 2016년께 저장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이 바로 건식정련처리 기법인 '파이로 프로세싱(Pyro processing)'이다. 핵폐기물 재처리는 핵폐기물 분리 과정에서 플루토늄만 따로 빼내 핵무기 제조에 활용할 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문제다. 하지만 파이로 프로세싱은 플루토늄만 따로 분리할 수 없는 기법이어서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원천 차단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분리한 핵종들을 금속 상태의 재생연료로 바꿀 수 있어 ▦핵비확산성 보장 ▦우라늄 이용 극대화 ▦핵폐기물 포화상태 해결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게 된다. 문제는 기술력. 북한의 핵무장 위협 때문에 덩달아 국제사회로부터 고도의 핵 투명성을 요구받았던 탓에 우리나라는 불행 중 다행으로 핵비확산성이 우수한 파이로 프로세싱 개발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1997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본격적인 R&D 활동을 시작, 2005년에는 핵폐기물을 재활용 핵종과 폐기 핵종으로 분리하기 위한 사전작업을 수행하는 실증시설(ACPF)을 완공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여기에 미국 내 파이로 프로세싱 최고 연구기관인 아이다호국립연구소(INL)ㆍ알곤국립연구소(ANL) 등과 공동연구(KAERI-10 프로젝트)를 수행해 와 국내 기술에 대한 미측의 신뢰도 비교적 두텁다는 평가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파이로 기술력은 현재 미국과 '기브앤테이크'(주고받기)가 가능한 단계까지 올라왔다"며 "미국은 한국이, 반대로 한국은 미국이 파이로 프로세싱의 유일한 기술적 파트너"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이후 전통적인 한미 동맹관계에 대한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원자력 공동연구 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핵폐기물 원천기술, 원자력협정 '재처리'까지 좌우한다=흥미로운 점은 핵폐기물 재처리 기법이 오는 2014년 만료 예정인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 문제까지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핵심변수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 1973년 발효된 한미원자력협정은 국내 모든 원자력 관련 활동을 미국과의 '공동결정' 후 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말이 공동결정이지 미측의 '사전허락' 없이는 독자적인 원자력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 한국이 타국과 체결한 가장 불합리한 양자협정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정부가 올초 처음으로 원자력협정 재개정 의지를 공식 천명한 뒤 국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력을 활용, 미측이 자발적으로 원자력협정을 재개정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원자력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분석의 근거는 미국 역시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력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 지난 6일 방한한 파이로 프로세싱의 세계적 권위자인 장윤일 미 알곤국립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에서도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는 실용화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확인한 수준"이라며 "한국의 연구성과에 대해 미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이 보유한 파이로 프로세싱 관련 국내외 기술특허는 총 40개로 이 중 20개가 핵심 원천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미측과의 재개정 논의가 상당히 우호적으로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쳐 이 같은 희망적 관측에 무게를 실어줬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12월 방한한 사무엘 보드만 미 에너지부장관에게 고심 끝에 처음으로 재개정 문제를 공식 언급했는데 의외로 미측이 원자력협정 만료시점 등 관련 현안을 훤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해 한국 정부의 요구에 앞서 이미 협정 재개정을 위한 검토작업을 벌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자국에 이익이 될 수 있는 파이로 프로세싱 연구성과를 빨리 얻기 위해 기술 파트너인 한국에 관련 연구 편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정을 재개정할 의지가 있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핵폐기물 건식 정련처리 공정 향후 中·印등 수요 꾸준히 늘듯 ● ◇파이로 프로세싱= 파이로 프로세싱이란=핵폐기물 재처리가 가능한 기술적 표준은 현재 습식정련처리 방식인 '퓨렉스' 공정과 건식정련처리인 '파이로 프로세싱' 공정으로 나뉜다. 퓨렉스는 핵폐기물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분리 추출, 고속로용 원료를 만드는 반면 파이로 프로세싱은 플루토늄을 넵투늄, 큐륨 등과 한꺼번에 추출하게 돼 플루토늄 분리 추출 우려가 없다. 그러나 프랑스, 일본 등 대부분의 원자력 선진국이 지난 수 십년 간 퓨렉스 방식을 기술 표준으로 채택, 핵폐기물 재처리에 활용하고 있는 반면 파이로 프로세싱은 현재 미국과 한국을 중심으로 초기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향후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입력시간 : 2007/09/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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