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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 "군사적 대치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했다"는 진단에는 대체로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이 최소한 군사충돌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를 확인한 점에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인식을 토대로 양측 모두 남북관계를 대치와 충돌에서 협력 국면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두 지도자가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해야겠다는 공동 인식 속에서 한발씩 양보해 결실을 거둔 미래지향적인 협상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남북이 현재 대결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바꿔내는 전환기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향후 남북관계의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양 교수는 "남북 간 정치·군사·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의 대화와 교류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면서 "남북 당국이 신뢰를 점점 형성하면 제3차 정상회담 개최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전망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는 임기 후반에 남북관계를 풀어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고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역시 이제까지의 대남정책을 바꿔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장 연구원은 "이번 회담에서 이산가족 상봉 등의 합의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지만 핵심적인 핵 문제는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면서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개선되겠지만 전체적인 국면 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향후 남북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실용주의적 태도로 당국회담 수석대표의 '격' 문제와 대북전단 살포 문제,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및 이산가족의 생사 확인 및 상봉 정례화 문제에 대해 대타협을 이루지 못한다면 또다시 단기간의 대화 후 장기간의 냉각과 대결 국면으로 들어가는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몇 차례의 남북 간 대화 기회가 무산된 사례들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 2013년 6월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남북 당국회담은 회담 수석대표에 대한 의견 차이로 결렬됐다. 북한이 수석대표로 강지영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국장을 내보내면서 우리 측 대표로는 당시 류길재 통일부 장관 참석을 요구하자 우리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김남식 통일부 차관을 대표로 내보냈고 결국 회담은 취소됐다. 2014년 10월에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계기로 북한 고위급 3인방(황병서·최룡해·김양건)이 방한해 남북은 곧 제2차 고위급 접촉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대북전단 살포 문제에 대한 이견으로 후속 고위급 접촉은 무산됐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과 같은 심리전에 민감한 모습을 드러낸 만큼 향후 남북 대화가 진행될 경우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문제가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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