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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업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출판사들이 적극적이다. 무엇보다 펀딩 과정에서 독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고, 소액이나마 출판비용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말 그대로 불특정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것으로, 참신하고 유망하지만 수익성이 확인되지 않은 기획(프로젝트) 또는 아이템이 주요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크라우드펀딩기업협의회가 지난 3월 공식 출범했고, 4월에는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알라딘, 80여건 1억7,000만원 모금=이미 자금 모집에 성공한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가 인터넷서점 알라딘이 지난해부터 시작한 '스페셜 북펀드'다. 주로 마케팅 비용이나 판매 채널에서 열세인 중소 출판사를 대상으로 1인당 최대 5만원까지 펀딩을 진행해, 현재까지 총 80여건 1억7,000여만원을 모금했다.
박하영 알라딘 도서팀장은 "펀딩 과정에서 독자에게 중소출판사 신간을 알리고 참여를 유도해, 사실 책 제작비용 확보보다는 사전 홍보 측면이 강하다"며 "수익보다는 중소 출판사들이 다양한 책을 낼 수 있게 돕는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중소출판사로는 북스피어가 대표적인 케이스. 북스피어는 지난해 일본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안주'로 북 펀드를 진행해 5,000만원, 올해는 같은 작가의 '그림자 밟기'로 8,000만원을 모금했다. 현재까지 판매가 순조로워 11월까지 3만부를 넘기면 수익을 배당할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도모북스는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웹툰인 '노공이산' 북 펀딩을 통해 2,000만원 이상을 모았고, 다이피아는 고전게임 시리즈 '페르시아의 왕자' 개발자 이야기를 대상으로 펀딩을 추진해 전자책만 1,000부 넘게 판매했다.
한국중소출판협회 회장인 강창용 느낌이있는책 대표는 "아직 수익성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대중문학이나 실용서에 대한 사전홍보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보편화 위해선 공신력 확보ㆍ캠페인 중요=하지만 경영자 개인의 역량과 네트워크에 주로 의존하고 있어, 제2, 제3의 북스피어가 나오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북스피어처럼 '소셜테이너' 수준의 전문적인 독자관리가 가능한 곳은 극소수"라고 잘라 말했다.
이러다 보니 독자와 출판사 양쪽에 신뢰감을 줄 중립적이고 신뢰할만한 '공신력 장치'가 필요하고, 실제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때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도서전문 포털 리더스가이드 박옥균 대표는 "독자ㆍ저자ㆍ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가이드라인' 위원회 같은 것을 정부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도 "중소 출판사가 크라우드 마케팅을 통해 기대만큼 수익을 얻지 못했을 때, 투자자들의 손해를 보전해주는 방안을 정부나 공기관에서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옥균 대표는 "크라우드 펀딩은 독자를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개념을 전환하는 일"이라며 "어떤 책을 알리고 싶다, 발굴하고 공론화하고 싶다는 문화적 욕구를 실현한다는 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출판 크라우드 펀딩의 가능성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출판사와 유관 기관 등 업계 관련자를 초빙해 오는 26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포럼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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