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의 움직이는 성' '폴라 익스프레스'등 연속 개봉<br>헐리우드 숫적 우위속 일본작품 흥행 성공여부 관심
|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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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행크스가 1인 5역을 한 '폴라 익스프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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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볼 만한 영화가 없어 불만이라면 주저 없이 애니메이션을 선택하라.
눈부시게 발전한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이 빚어낸 환상적인 화면과 때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스토리 전개는 오랜만에 카타르시스적 환희를 안겨준다.
여기에 화면 가득 아무런 제약 없이 무한대로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는 동행한 자녀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이번 겨울 개봉될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23일), 미국 배우 톰 행크스 주연의 '폴라 익스프레스'(24일), 역시 미국 헐리우드판 '샤크'(1월 7일)등이 있다. 미국 디즈니사의 '인크레더블'은 지난 15일 먼저 관객들에게 선을 보였다.
단연 주목을 끄는 영화는‘하울......’이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의 거장 미아자키 하야오가 혈혈단신 자본과 기술의 우위를 앞세워 물량공세로 나온 미국에 맞선다.
증기로 움직이는 고철덩이로 만들 성(城)의 주인인 마법사 하울이 할머니로 변한 19살 소녀를 만나 벌이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그린 이 영화는 지난 2002년 개봉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처럼 사랑을 주제로 한 세밀한 터치로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러나 전쟁과 평화, 야수와 인간, 사랑과 이별 등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는 이번 작품에선 하야오 감독의 원숙미가 더욱 물씬 풍긴다.
이번‘하울......’에거는 일본 영화계의 기대는 크다. 올해 일본 영화의 국내시장 개방에도 불구하고 10만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없을 만큼 맥을 못춘 상황에서‘하울......’이‘센과 치히로......’처럼 200만명 이상의 흥행은 보장해 주지 않겠느냐 하는 바람이다.
‘하울......’이 화면에 여백을 둔 풍경화을 닮았다면 미국산 애니메이션들은 화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짙은 유채화를 연상케 한다. 바다 속 캐릭터들을 통해 대중문화에 대한 풍자와 패러디로 화끈한 웃음을 선사하는‘샤크’가 그렇고, 화려한 과거를 가졌지만 은퇴후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주인공을 초인적 영웅으로 복귀시킨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그렇다.
걸출한 스타 톰 행크스가 1인 5역을 소화해 냈다고 해서 화제가 된‘폴라 익스프레스’는 헐리우드 자본과 기술력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 한도를 표현해 낸 영화로 평가된다.‘모션 캡처’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퍼포먼스 캡처’방식을 채택한 이 영화는 배우의 온몸과 얼굴에 152개의 센서를 달아 동작 하나하나를 디지털화 시켜 실사(實寫)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가는 360도 전방위에 1,000여개의 카메라를 설치한 듯한 자유자재의 카메라 워크로 환상적인 영상을 보여주는 데 있다.
북극행 특급열차가 얼음으로 뒤덮인 산과 계곡을 아슬아슬하게 지날 때면 놀이동산의 롤러코스터를 탈 때와 같은 아찔한 현기증까지 느끼게 된다. 산타의 존재 여부를 고민하는 8살짜리 소년의 모험을 통해‘눈에 보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영화는 눈 앞의 이익만을 선호하는 현실에 대한 우울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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