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국핀테크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나는 사소하지만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서비스 중단 조치를 받았던 P2P 대출중개 '8퍼센트'의 이름을 발표자료에 '8센티'라고 잘못 기재한 것이다. '디테일'을 챙기지 못해 당국의 조치에 힘겨워하던 업체 대표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준 것은 아닌지 이 글을 빌려서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다.
그러다 떠오른 것이 규제상 디테일, 즉 각론이다. 대통령부터 갓 창업한 청년까지 온 나라가 핀테크(fintech)를 외치지만 국내에서 정통 금융 분야가 아니면서 금융 관련된 사업을 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대부업'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P2P 대출중개 사업을 시작도 하기 전에 베타서비스부터 사이트가 폐쇄되는 운명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과연 핀테크가 '대부업 등록'으로 날개를 다는 것일까. 대부업법을 살펴봤다. 자세히 보니 등록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대부업법은 정말 '대부업'의 집단 범죄화를 막는 취지의 법이었다. 저 그릇에 창조경제의 활성화를 담보할 핀테크를 담을 수는 없는 것이다. 조치 이후 8퍼센트는 지자체에 대부업 등록을 했고 새로 업데이트한 사이트를 곧 다시 개설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한국의 핀테크도 바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일일 수 있다. 꿈과 현실의 차이만큼이나 허망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갖가지 디테일에서 규제를 하고 있는 전자금융거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 P2P 대출중개업자를 대부업자가 아닌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게끔 해야 '규제 통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신 이자율 상한 제한을 강화하면 건전한 대출중개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곳곳에 숨어 있는 디테일을 손질해야 '악마'를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는 3월 이런 내용의 '전자금융거래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발의할 계획이다.
법 개정으로 P2P 대출중개가 활성화한다면 지금까지 수십 수백퍼센트 이율에 이자의 이자가 붙어서 결국에는 목숨까지 걸었던 우리 이웃의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은행 대출의 문턱 앞에서 좌절하거나, 등록금 때문에 빌린 몇 백만원 때문에 혹시나 큰일을 당하지 않을까 조바심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그게 핀테크 혁신이다. 혁신을 막는 규제 디테일을 이제는 정말 없앨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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