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정상화 다시 기로에

SK글로벌 국내채권단은 해외채권단과의 채무재조정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기존 정상화 방안의 골격이 그대로 유지되는 `사전조정법정관리(회생형 법정관리ㆍPre-Pack)`를 추진하기로 했다. 사전조정법정관리란 기업회생을 전제로 법원이 채권단이 마련한 정리계획안을 수용해 3개월 이내에 법정관리 절차를 신속히 끝내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SK그룹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채권단이 일방적으로 마련한 정리계획안은 수용할 수 없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SK㈜ 이사회가 SK글로벌에 대한 8,500억원 출자전환 등의 지난 달 이사회 결의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SK글로벌 정상화 여부가 또 한 번 기로에 서게됐다.

◇채권단 `SK글로벌 살린다` 원칙 불변=국내채권단이 사전조정법정관리를 추진하는 것은 `SK글로벌 회생`에 대한 원칙이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전조정법정관리는 기업의 회생을 전제로한 법정관리 형태이고, 채권단이 제출한 `정리계획안`을 법원이 수용할 경우 지난달 17일 전체채권단회의에서 결의한 SK글로벌 채무재조정안도 그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체 채권단의 2/3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신청 가능해 해외채권단의 동의없이 국내채권단만의 의결로도 즉시 신청가능하다.

국내채권단이 해외채권단과의 협상 결렬후 바로 사전조정법정관리를 추진하는 것은 해외채권단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보다는 차라리 2~3개월의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법정관리를 신청해 채권단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게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해외채권단은 지난 10일 홍콩에서 열린 3차 협상에서

▲현금 72%

▲CB(전환사채) 또는 신주인수권부 사채(BW) 28% 지급과 함께해외 법인에 대한 재실사를 통해 추가 배당을 주장, 사실상 `100%+α`의 채권회수를 요구했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오는 14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정리계획안을 논의하고 18일께 국내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사전조정법정관리 결의를 할 것”이라며 “그러나 법정관리 신청 이전까지는 여전히 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정리계획안 재협상 해야`=국내채권단의 법정관리 추진 방침에 SK그룹측은 적지 않게 당황하는 눈치다.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계열사들의 신인도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서는 최태원 회장의 담보지분 처분 등 의외의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을 감안, SK측은 법정관리시 정리계획안을 새롭게 짜야한다는 입장이다. SK글로벌 정상화 추진본부 관계자는 “SK글로벌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기존 방안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며 “SK글로벌 정리계획안을 새로 수립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협상을 한다고 해서 당초 합의한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의 틀이 크게 바뀌지는 않지 않겠냐”고 말해 채권단과 대립할 뜻은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SK그룹은 법정관리시 SK㈜ 이사회의 향방을 살펴야 한다. SK㈜ 이사회가 법정관리 결정을 SK글로벌 회생이 불투명해진 것으로 판단할 경우 지난 달 15일 결의한 8,500억원 출자전환 등의 지원안은 물거품이 될 수 도 있다. 이 경우엔 채권단도 방법이 없어 SK글로벌은 청산이 불가피해진다. SK㈜는 국내채권단 입장이 정리되면 곧바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조의준,손철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