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신한금융 사태 '나고야 청문회'

"3명 모두 책임있다"… 공은 이사회로<br>고성·한숨 등 냉기류속 日 주주에 번갈아 해명<br>"사외이사들에 위임" 결정

"(신한금융지주 경영진 거취 문제는 재일교포 출신) 사외이사 4명에게 모두 위임하겠습니다. 이사회에서 (경영진에게) 나가라고 한다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사회 안건은 어찌될지 모르겠지만 (최고경영진) 세 명 모두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신한지주 원로주주모임인 '공헌이사회' 정환기 회장) 9일 일본 나고야시 나카무라구 메리어트호텔 한켠에 위치한 타워스볼룸. 당일 오전까지 조용했던 이 행사장은 정오를 막 지난 무렵 신한금융지주가 현지 주주 및 사외이사들을 초청한 가운데 긴급 설명회를 열자 순식간에 언쟁이 오가는 전쟁터로 돌변했다. 신한은행이 지난 2일 대출 관련 배임 및 고문료 횡령 혐의로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을 전격 고발하자 경위와 혐의의 진위를 주주들이 강력히 따져 묻고 나선 것이다. 이날 설명회에는 신한지주 원로 주주모임인 공헌이사회의 정환기(86) 회장을 비롯해 30여명의 원로급 재일동포 주주와 사이외사들이 참석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는 고소인 측인 라응찬 지주 회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피고소인인 신 사장 등 신한 3인방으로 불리는 '빅3'가 배석했다. 이번 사태 이후 이 행장이 3일과 6일 각각 일본 오사카ㆍ나고야와 도쿄 등을 찾아 현지 주주 등에게 상황의 전말을 설명하려 시도한 적은 있었지만 사태 당사자 3인이 한자리에서 주주단과 공식 설명회 자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금융지주 안팎에서는 이번 설명회가 빅3의 향후 거취와 지주이사회 개최 방향을 결정 짓는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래서인지 이날 설명회장으로 속속 들어서는 주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결같이 손사래를 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아들이 아버지 고소한 꼴" "어떻게 처신했기에" 추궁에 빅3 '진땀'
기자들 접근 원천 차단속 3시간여 마라톤 설명회
비교적 여유롭던 3인방 거센 질타에 착잡한 표정
◇주주들 고성ㆍ한숨 이어져=보도진의 설명회장 출입도 엄중히 통제됐다. 회의장 내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중간에 빈 방을 별도로 두고 출입문은 호텔 직원들이 지키고 서 있어 기자들의 접근은 원천 차단됐다. 그럼에도 간간이 관계자들의 출입을 위해 열린 문틈으로 참석자들의 고성이 이어졌다. 간혹 출입문 밖으로 설명회 중간중간 행사장에서 잠시 나온 주주들의 표정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또 일부 주주는 경영진의 사태 해명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기도 했다. 주주들의 반응은 시종일관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이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키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명회는 당초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던 한 참석 주주의 예측과 달리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주주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인 탓에 장시간의 설명회로 피로한 기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모두 설명회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등 의혹 해소를 위해 열의를 보였다. 일부 참석자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출입문을 박차다시피 하면서 나왔다 돌아가기도 했다. ◇빅3,'공동 책임론'에 몰려=이날 설명회는 빅3 모두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자신을 신한은행 창립 멤버라고 소개한 한 오사카 출신 주주는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을 싸잡아 "셋 다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실추된 신한의 신용도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 개시 1시간여 만에 잠깐 문 밖으로 나온 한 여성 주주(오사카 출신)는 라 회장과 이 행장 측을 맹비난했다. 그는 "A(라 회장), B(신 사장), C(이 행장)가 있다고 하면 A와 C가 작당해 B를 몰아내려는 것 같다"며 "어떻게 주주들에게 일언반구 설명 없이 전 행장(신 사장)을 고소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이 행장이 한 일은 아들이 아버지를 고소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라 회장 측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신 사장이 상대적으로 동정론을 사기도 했으나 교포 주주들 사이에서는 비리 의혹을 사게 된 신 사장의 처신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3 표정도 '담담ㆍ여유→착잡ㆍ정색'=빅3의 표정도 이 같은 주주들의 질타에 서서히 굳어져 갔다. 당초 이날 인천 국제공항에서 오전9시15분발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만 해도 이들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특히 신 사장은 기자들과의 응답과정에서 간혹 웃음을 짓기도 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이후 세 사람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배어나왔다. 예상을 넘어선 주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라 회장 측도 정색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공은 이사진으로=빅3 중 어느 쪽도 설명회에서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사태해결은 이사진의 결정에 달렸다. 재일교포 원로주주들도 이날 설명회에서 '이사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라 회장 측과 신 사장 측은 각각 국내와 일본을 아우르는 주주ㆍ사외이사진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로주주들이 경영진에 지나친 언론 접촉을 삼가도록 요청한 만큼 표면적인 언론 플레이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측 모두 관련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론전에 나서더라도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