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접근 원천 차단속 3시간여 마라톤 설명회
비교적 여유롭던 3인방 거센 질타에 착잡한 표정 ◇주주들 고성ㆍ한숨 이어져=보도진의 설명회장 출입도 엄중히 통제됐다. 회의장 내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중간에 빈 방을 별도로 두고 출입문은 호텔 직원들이 지키고 서 있어 기자들의 접근은 원천 차단됐다. 그럼에도 간간이 관계자들의 출입을 위해 열린 문틈으로 참석자들의 고성이 이어졌다. 간혹 출입문 밖으로 설명회 중간중간 행사장에서 잠시 나온 주주들의 표정에는 노기가 서려 있었다. 또 일부 주주는 경영진의 사태 해명이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혀를 차기도 했다. 주주들의 반응은 시종일관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영진이 자신의 입장을 납득시키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설명회는 당초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던 한 참석 주주의 예측과 달리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주주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인 탓에 장시간의 설명회로 피로한 기색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모두 설명회 자리를 마지막까지 지키는 등 의혹 해소를 위해 열의를 보였다. 일부 참석자는 납득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출입문을 박차다시피 하면서 나왔다 돌아가기도 했다. ◇빅3,'공동 책임론'에 몰려=이날 설명회는 빅3 모두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됐다. 자신을 신한은행 창립 멤버라고 소개한 한 오사카 출신 주주는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을 싸잡아 "셋 다 문제가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실추된 신한의 신용도를 살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 개시 1시간여 만에 잠깐 문 밖으로 나온 한 여성 주주(오사카 출신)는 라 회장과 이 행장 측을 맹비난했다. 그는 "A(라 회장), B(신 사장), C(이 행장)가 있다고 하면 A와 C가 작당해 B를 몰아내려는 것 같다"며 "어떻게 주주들에게 일언반구 설명 없이 전 행장(신 사장)을 고소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또 "이 행장이 한 일은 아들이 아버지를 고소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라 회장 측의 공세로 수세에 몰린 신 사장이 상대적으로 동정론을 사기도 했으나 교포 주주들 사이에서는 비리 의혹을 사게 된 신 사장의 처신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3 표정도 '담담ㆍ여유→착잡ㆍ정색'=빅3의 표정도 이 같은 주주들의 질타에 서서히 굳어져 갔다. 당초 이날 인천 국제공항에서 오전9시15분발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만 해도 이들의 표정은 비교적 담담했다. 특히 신 사장은 기자들과의 응답과정에서 간혹 웃음을 짓기도 하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설명회 이후 세 사람의 얼굴에는 착잡함이 배어나왔다. 예상을 넘어선 주주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힌 라 회장 측도 정색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공은 이사진으로=빅3 중 어느 쪽도 설명회에서 주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지 못함에 따라 앞으로 사태해결은 이사진의 결정에 달렸다. 재일교포 원로주주들도 이날 설명회에서 '이사회의 결정에 따른다'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라 회장 측과 신 사장 측은 각각 국내와 일본을 아우르는 주주ㆍ사외이사진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원로주주들이 경영진에 지나친 언론 접촉을 삼가도록 요청한 만큼 표면적인 언론 플레이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양측 모두 관련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론전에 나서더라도 수위는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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