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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자산 운용에 피로 누적… "이젠 쉬고 싶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사 배경/의미

미래에셋그룹이 1일 '창업 1세대'의 퇴진을 포함한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경영진 물갈이에 나섰다. 서울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미래에셋센터원 빌딩 전경. 사진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부문 강화 나설 듯

“구재상 부회장과 최현만 부회장은 나와 한 배를 탄 사람들이다. 끝까지 함께 갈 것이다.”

지난해 5월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구 부회장에 대한 애정을 피력했다. 지난 15년간 회사를 함께 끌어 온 창업 동지에 대한 무한 신뢰를 보인 것이다. 그로부터 1년 5개월 여가 지난 현재 상황은 180도로 달라졌다. 구 부회장이 1일 돌연 사임한 것이다. 불과 1년여 만에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미래에셋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그동안 오랜 기간 운용을 총괄하며 쌓인 피로감 등을 이유로 몇 차례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박 회장에게 전달했었다"며 "박 회장이 여러번 만류하다가 결국 뜻을 받아들인 걸로 안다. 두 분이 오랫동안 사업 파트너로서 회사를 일궈온 우정이 있는만큼 구 부회장의 퇴진 이후에도 개인적인 교류는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도 이날 서울경제 취재진과의 전화통화에서 "특별한 사임 이유는 없다"며 "당장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휴식을 취하면서 '다른 일'에 대해 생각을 해 보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다른 일'이 금융투자업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구 부회장은 당장은 쉬는 시간을 가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박 회장과 구 부회장 간의 의견 차이가 심화되면서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해외 투자를 강조하는 박 회장과 국내 펀드 운용 역량 강화를 주장한 구 부회장의 '투자철학'의 차이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구 부회장은 지난 1997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의기투합해 미래에셋그룹의 초석인 '미래에셋캐피탈'을 세운 창업공신이다. 2001년에는 국내 최초의 개방형 뮤추얼펀드인 '인디펜던스펀드'를 시작으로 디스커버리, 인사이트 등 미래에셋의 대표 펀드를 시장에 선보인 인물이기도 하다. 지난 15년간 묵묵히 회사를 지켜온 '창업 1세대'인지라, 구 부회장을 떠나보내는 박 회장도 내심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인사는 구 부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몇달 전부터 작업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 부회장이 그동안 운용 부문에 남다른 관심과 신경을 써 왔던 만큼 '공백 우려'를 줄이기 위한 조직 정비에 중점을 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손동식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다. 주식운용부문 대표이자 CIO인 손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은 그만큼 주식운용 부문에 상징적인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리서치본부를 글로벌투자부문 내 글로벌리서치본부로 확대개편, 미래에셋의 전반적인 운용시스템을 강화하는 작업도 2~3개월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이번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채권운용부문의 위상 강화라는 점이다. 김성진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부문 대표는 이번 인사를 통해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현재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부사장 직함을 달고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사람은 이철성 채널마케팅부문대표와 김성진 대표가 유이하다. 한편 책임 실무진인 서재춘 채권운용1본부장과 한상경 채권운용2본부장 역시 각각 상무보에서 상무로, 이사대우에서 상무보로 한 단계씩 올라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그 동안 국내채권과 해외채권부문에서 성과가 좋았던 점이 채권운용부문의 승진 인사로 연결된 것”이라며 “채권부문의 경우 트랙레코드가 좋아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꾸준한 자금 유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의 채권형펀드 수탁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말 4조5,156억원을 기록했던 채권형펀드 수탁고는 지난해 5조3,570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들어서는 10월 29일 기준 6조6,576억원으로 급증했다.

미래에셋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수익을 거두기가 마땅치 않고 시장 상황도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며 “반면 채권시장의 경우 연 5% 정도의 안정적인 성과를 올리고 있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채권운용부문의 역량을 키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한편 구 부회장과 함께 강창희 미래에셋 부회장(투자교육연구소장 겸 퇴직연금연구소장)도 올해 말 은퇴를 하면서 기존 4명이던 미래에셋의 부회장은 최현만 미래에셋생명 수석부회장과 정상기 미래에셋운용 부회장 2명만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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