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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전·융합 이끄는 출연연] <4> 한국표준과학연구원

'300억년에 1초 오차' 광격자 시계 도전

차세대 세계 표준시 정립… 한국 주도적 역할 기대

토크 등 측정표준 마련해 산업 경쟁력 향상 기여


촌각을 다투는 현대 사회에서 1분, 1초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손목시계, 휴대폰, 벽걸이 시계 등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도 홍수를 이룬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일상에서 수시로 확인하는 시간. 그 시간 정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ㆍ표준연)은 우리가 보고 듣는 바로 그 시간 정보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세슘원자시계를 사용해 우리 생활의 모든 시간 정보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있다. 시계 표준은 지금까지 노벨상 수상자만 7명이 배출될 정도로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녹록지 않은 연구 분야다.

특히 최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 중인 차세대 표준시계 '이터븀(Yb) 원자 광격자 시계'는 오차가 무려 1억년에 1초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해 그 최종 성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표준연의 광격자 시계는 세슘원자시계보다도 100배 이상 정확하며 앞으로 300억년에 1초 오차 달성을 향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표준연의 광격자 시계는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얻은 결과. 앞으로의 실험 성과에 따라 차세대 표준시를 정립하고 1초에 대해 새롭게 정의하는 데 우리나라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표준연은 우리나라의 산업형태가 중공업으로 개편되고 해외수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975년 설립됐다. 산업 구조가 고도화됨에 따라 제품의 성분과 품질을 평가하는 정확한 측정표준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표준연의 역할은 시간을 규정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여러 분야에 걸쳐 국가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견인차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제품이 국가 간 무역기술 장벽의 어려움 없이 정상적으로 교류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1998년에는 토크(나사나 볼트의 조임 정도)에 대한 정밀측정 표준을 마련해 기술 부족으로 미국시장 진출 이후 70% 이상 매출이 폭락한 국내 대형 자동차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토크는 자동차 엔진 조립 공정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분야다. 표준연의 역할에 힘입어 이 회사는 35%에 달하던 토크 불량률을 0.5 %로 줄였다. 매출 신장과 미국 시장 확보에 성공했음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칩을 만들 때 박막의 두께를 측정하는 기술도 국내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 데 큰 힘이 됐다. 이전까지 외국 장비를 이용해 칩을 교정했던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표준연이 개발한 1나노미터(10억분의 1m) 정확도의 기술을 활용해 81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강대임(56ㆍ사진) 원장은 "그동안 표준연이 창출해낸 경제적 효과는 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12%~0.8%에 해당하는 1조5,000억~10조원 규모에 이른다"며 "측정표준은 산업발전에 있어 뼈대를 이루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표준연이 주도하는 우리나라 측정표준은 세계에서 5~6권의 실력을 자랑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표준연은 측정 분야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국제비교(KC)에서 지금까지 346개 분야에 참가해 독일·영국·미국·프랑스·일본의 뒤를 이어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실적을 거뒀다. 올림픽 본선이 예선을 통과한 나라들만 참가할 수 있듯 KC 역시 뛰어난 측정능력을 보유한 기관들만 참여할 수 있어 참가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게다가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관만이 할 수 있는 KC 주관 건수도 62건에 달한다. 이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숫자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와 온실가스 분석 등 가스 분야와 방사선 측정 분야에서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강 원장은 "표준연이 30여년의 짧은 역사와 적은 인력에도 불구하고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주요 선진국의 국가표준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표준연은 새로운 측정표준을 확립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 질량 재정의를 위한 와트저울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비정질 금속 생성원리 규명, 세계 최고 해상도 열전 원자현미경 개발, 뇌자도 및 심자도 측정기술 개발, 우주광학거울 순수독자기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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