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지방재보선이 실시되는 지역 국회의원들은 요즘 총선을 다시 치르는 느낌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뽑는 재보선 지역의 경우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에게는 이번 재보선이 자신의 선거가 아닌데도 남의 일 같지 않다. 경기 분당과 경남 김해 등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과 달리 현역 국회의원으로 초긴장 상태에서 소속 정당의 지자체 후보들을 돕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이번 재보선의 민심과 선거 결과는 국회의원 자신이 후보로 나서는 내년 4월 총선 때 당락을 가름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도지사와 구청장, 군수,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등 30여명을 이번 선거에서 새로운 일꾼으로 뽑는다.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선거를 맞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번 재보선을 바닥 민심을 다지거나 자기만의 정치 브랜드를 매만지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장이자 한나라당 3선 국회의원인 송광호 의원은 지난해 말부터 지역구인 충북 제천의 마을 350여곳을 돌았다. 서울 여의도에는 국회 회의가 있을 때만 올라오며 연일 지역구 다지기에 나선 것이다. 이유는 올 4ㆍ27재보선 때 제천에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각각 1명씩 뽑기 때문이다. 송 의원은 "전에 있던 사람이 민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반드시 한나라당이 돼야 한다"고 열의를 내비쳤다. 서울 중구가 지역구인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중구청장 선거를 국민경선의 실험장으로 삼았다. 그는 당 공천개혁특위 위원장으로 공천개혁을 주장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치고 있다. 일단 자신의 지역구에서 후보를 선정하며 당원과 일반주민이 절반씩 참여하는 국민공천을 실시한다. 성공하면 이를 발판으로 차기 총선과 대선에 도입하겠다는 복안이다. 나 의원은 "당원들에게 국민공천의 중요성을 많이 알렸다"면서 "특히 중구 주민들은 '고충을 왜 우리에게 줬냐'면서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호응한다"고 말했다. 울산 중구의 정갑윤 한나라당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지만 사법개혁이 논의되던 때도 지역구 일정을 놓칠 수 없었다. 구청장과 광역의원ㆍ기초의원을 모두 새로 뽑기 때문이다. 특히 전임자가 한나라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은 선거다. 정 의원은 "한마디로 (고)되다"면서 "전임자들이 길게는 19년씩 바닥 민심을 다져왔던 사람인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 태백ㆍ영월ㆍ평창ㆍ정선 출신으로 강원도당위원장인 최종원 민주당 의원은 정치 신인으로서 이번 도지사 선거와 강원 양양군수 선거, 태백 기초의원 선거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의원은 "정치는 생물이라고도 하고 정치공학도 중요하지만 모든 정치는 세상사인데 세상사는 진심이 통하지 않겠느냐"면서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강원도민의 마음에 접근하려 한다"고 자신했다. 민주당 사무총장으로서 선거 살림을 맡은 이낙연 의원은 전남도당위원장이지만 상대적으로 지역구에 덜 매진하는 편이다. 전남에서는 화순군수와 목포시 기초의원을 새로 뽑는다. 그는 "기초선거는 일단 지역에서 맡아 한다"면서 "나는 식당으로 치면 카운터도 아니고 종업원도 아닌 주방장인데 연설해달라는 얘기는 없고 돈 달라는 얘기만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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