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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호황의 그늘] 중장년층이 소비 '버팀목'

일만 하던 단카이세대, 퇴직으로 지갑열어<br>40대전후 버블세대도 소비 회복 조짐

평일 대낮에 도쿄 긴자(銀座)의 대규모 악기전문점 야마노악기점을 찾은 나이 지긋한 회사원이 현악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되는 단카이 세대의 정년퇴직은 고령자의 취미^여가 관련 소비에 불을 붙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 도쿄의 오피스가인 미나토구 도라노몬의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후지이(60)씨. 정년퇴직을 3개월 앞둔 그는 요즘 사무실로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투자전문회사들의 전화 때문에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퇴직금 투자를 권유하는 전화 공세에 지쳐 요즘에는 아예 “그 분은 퇴사하셨다”고 거짓말을 하고 끊어버린다고 한다. #2. 도쿄 긴자에 위치한 야마노악기. 평일 한낮의 한산한 시간대인데도 매장에는 희끗한 머리의 남성 고객 여러 명이 눈에 띈다. 늦깎이 취미생활로 악기를 선택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4층 기타 매장을 둘러보는 간다(59)씨는 퇴직 후 기타를 배워볼까 생각 중이다. 같은 층 만돌린 코너를 기웃거리는 60대 중반의 노부부도 지난해 은퇴한 남편이 악기를 배워보겠다고 해서 매장을 찾았다고 한다. 야마노악기가 운영하는 음악교실 ‘야마노뮤직살롱’도 앞으로 간다씨처럼 은퇴 후 음악을 취미활동으로 삼으려는 고령층 회원의 증대를 예상하고 있다. ◇60대 이상 지갑이 소비의 버팀목=지금 일본 소비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시선을 받는 것은 단카이 세대다. 1947~49년에 태어난 이른바 일본판 ‘베이비 부머’다. 그동안 안 쓰고 안 입고 일에 매달려온 이들이 올해부터 정년퇴직을 맞이하면 꼭꼭 닫아온 지갑을 풀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예상외로 개인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부터 풀려나는 이들의 퇴직금은 일본 소비시장을 뒷받침할 든든한 버팀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단카이 호황을 기대하는 대표적인 업종이 여행 및 레저산업. 장기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단카이 세대가 상당수에 이르면서 이들을 붙잡기 위한 상품개발과 마케팅에 여념이 없다. 실제로 일본 여행산업을 견인하는 이들은 50대 이상의 고령층이다. 올해 50대 여성 10명 가운데 7명이 해외여행이나 3박 이상의 국내여행을 계획 중인 것으로 조사됐을 정도다. 신주쿠 대형서점인 기노쿠니야에는 아예 시니어를 겨냥한 여행서 코너를 별도로 마련했다. ‘어른을 위한 여행’이라는 코너명을 달아놓았지만 진열된 책들은 ‘60세 이후에 떠나는 여행’ 등 은퇴 세대가 주요 타깃이다. 단카이 세대가 양복을 벗으면서 수요가 급증할 캐주얼 의류, 노년층 취미생활을 겨냥한 문화센터 강좌, 고급 먹을거리 시장 등도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 일본주재원인 조규권 과장은 “일에만 익숙한 단카이 세대가 퇴직하자마자 소비에 열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3년쯤 뒤부터는 여가생활 관련 소비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본다”며 “일본 소비 전체를 끌어올리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노년층 거주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경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버블 세대 소비전선 복귀도 기대=나이로는 40대 전후인 이른바 ‘버블 세대’도 소비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이후 성장기를 보내고 일본의 ‘버블 경기’가 한창이던 80년대 후반, 기업들이 앞다퉈 채용경쟁을 벌이던 시기에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세대다. 20~30대 젊은 층의 고급 소비가 눈에 띄는 우리나라와 달리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의 20대 젊은이들의 지갑 문은 단단하게 잠겨 있다. 하지만 대학생 때부터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다니고 값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즐기는 소비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외부로부터 조금만 자극이 와도 소비에 불이 붙을 수 있다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특히 독신생활을 유지하는 여성들이나 40대에 정보기술(IT)이나 투자 부문에서 고소득을 누리는 남성들 중심으로 고급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버블 세대’의 활약에 대한 기대는 가장 빨리 소비 트렌드를 포착하는 유통업계에서 드러난다. 다카시마야백화점 신주쿠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시한 리뉴얼로 주요 타깃층을 20대에서 30대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며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인기 쇼핑지인 긴자에는 최근 들어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인 불가리는 올해 말 긴자 한복판에 세게 최대 규모의 매장인 ‘불가리 긴자타워’를 오픈할 예정이며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연내 긴자 내 해외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의 건물을 완공한다. 조 과장은 “일반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별로 나아진 게 없지만 단카이 세대와 40대 전후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소비 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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