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상승의 신호탄이냐, 아니면 조정을 앞둔 ‘반짝’ 장세냐.’ 지난 1월 내내 부진에 허덕이던 국내 증시가 2월 들어 이틀 동안 50포인트 이상 폭등한 데 대해 시장에는 한국 증시가 드디어 바닥을 확인하고 상승추세에 올라타기 시작했다는 낙관론과 외국인의 ‘반짝’ 매수 외에는 증시 여건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신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급등장을 지켜본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증시와 글로벌 증시의 갭 메우기가 진행되면서 2월 중으로 전고점인 1,460대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과 2월 초 짧은 강세장를 보인 후 1월의 지수 조정을 밑도는 추가 하락장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경고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한국증시, 국제 ‘왕따’ 벗어나나=‘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 속에 출발한 국내 증시의 코스피지수는 한달 동안 5.2%나 밀려나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에서 철저히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한국증시 ‘왕따’ 현상이 해를 넘긴 후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2월로 넘어오면서 상황이 급반전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거침없는 상승세를 주도했던 중국과 인도 증시가 지난달 말 가시화된 긴축정책 여파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자 이머징마켓 중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온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시장 불안으로 한국이 아시아 증시 투자자금의 일시적 도피처로 인식되면서 2월에는 그 동안 벌어졌던 갭 메우기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지수는 1,460대까지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률(PER)은 10배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15~20배 수준인 아시아 이머징마켓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다. 이날 외국인의 매수세가 은행주에 몰린 것도 지난해 대규모 은행 기업공개(IPO)로 투자자금을 끌어간 중국 주식과 비교해 한국 금융주가 상대적으로 싸게 인식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한국 증시가 본격적으로 갭 메우기를 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시장이 전고점을 돌파하고 강한 상승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과 국내 수급 개선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이들 요인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섣불리 계속적인 강세장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수급개선 주도할까=1월 증시를 끌어내린 증시 수급상황은 2일 외국인이 대규모 매수세를 보인 점을 제외하면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다. 거래대금이 여전히 바닥권에 머물고 있고 기관의 움직임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에 집중돼 있다. 아직 외국인이 돌아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매도를 마무리하고 최근 들어 다시 대규모로 한국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어 외국인이 지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전세계 민간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국제금융연합회(IIF)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올해 이머징마켓에 대한 포트폴리오 투자는 지난해보다 70억달러 줄어든 630억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 반면 한국 증시는 지난해 60억달러의 순매도에서 올해 25억달러의 순매수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됐다. 중국 투자액은 지난해 320억달러에서 올해 180억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조사돼 대조를 이뤘다. 김성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앞으로의 관건은 지금의 강도 높은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인지 여부인데 아직은 본격적인 자금 유입을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12월부터 진행되기 시작한 외국인들의 시각 변화가 최근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주 중심으로 펼쳐진 외국인 매수를 추세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중심인 정보기술(IT)주가 아니라 은행주 중심으로 매수가 일어나고 있어 공격적인 ‘사자’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의 장은 오히려 조정을 앞두고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였던 지난해 1월 장세와 유사한 성격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본격 반등 위해 넘어야 할 ‘산’ 많다=물론 최근 급반등에 기대를 내비치는 낙관론자들도 국내 증시가 계속 승승장구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증시와의 갭 메우기를 넘어선 상승탄력을 받기에는 아직 걸림돌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외 금리와 기업실적 확인 등 잠재된 돌발악재가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본격적인 상승장은 2ㆍ4분기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금리동결이 증시에 호재가 되고 있지만 아직 글로벌 증시가 금리 부담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ㆍ미국 등의 금리 이슈가 맞물려 환율이 또 한차례 출렁일 경우 제조업체 중심의 국내 증시에는 적잖은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2007년 기업이익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꾸준히 하향 조정되고 있는 것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김학주 삼성증권 센터장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올해 국내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우세하고 있다”며 “지금은 EPS 증가율 13%대를 예상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6%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반도체가격 상승과 원ㆍ달러 환율 상승이 수반되지 않은 지수 반등을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며 “2월에는 금리인상 부담으로 해외 증시여건이 1월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국내 수급여건도 나아지지 않고 있어 1월만큼이나 안 좋은 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