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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회의 난제 수두룩... 진통예고
입력1998-11-13 00:00:00
수정
1998.11.13 00:00:00
14일부터 개막될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는 숱한 쟁점을 안고 있어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게될 전망이다.아시아 위기국들의 경제난 극복이 시급하다는 총론엔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법에서는 이해관계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어느해보다 가장 논란이 많은 회의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서 주요 쟁점은 무역 자유화조치를 비롯해 아시아 부채구조 조정 단기자본 규제 등이다. 하지만 아시아의 사회안전망 확충, 산업 육성책, 북한의 미사일발사 문제 등은 대체로 원만한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무역시장 자유화= 이번 회의의 최대 현안이자 미·일간에 가장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분야다.
미국은 화학·에너지·환경상품 등 9개 분야의 시장개방에 합의하길 원하고 있지만 일본이 정치적인 이유로 임·수산물 개방을 강력히 거부하는 바람에 합의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아시아국가들은 일본의 눈치를 의식, 명확한 입장 표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백악관측은 『이번 회의에서 세계가 보호주의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핵심과제로 설정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관세 인하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관세 인하에 합의하는 대신 여유시간과 인하폭을 조정하는 것이 절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아시아 부채구조 조정= 미국과 일본의 현격한 입장 차이로 성사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은 아시아경제 회생을 위해선 무엇보다 민간부채 해소가 시급하다고 판단, 아시아 각국이 발행한 국채를 일본이나 국제기구가 보증을 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도 이달초 아시아 국채를 지급 보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기본 원칙엔 양측이 공감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미국이 생색만 낼 뿐 정작 일본측에 뒷돈 대주기를 요구, 감정대립을 빚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일본이 우리의 계획에 재를 뿌리고 있다』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측에서 얼마전 아시아 지원을 위해 내놓은 300억달러의 「미야자와 플랜」이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될지 여부도 변수로 남아 있다.
◇단기투기자본 규제= 회원국들의 또다른 관심사는 회의에서 헤지 펀드 등 국제 투기자본에 대한 강력한 규제방안이 마련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사실상 투기자본이 아시아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며 국제적인 차원에서 규제조치를 도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의장국의 지위를 내세워 미국식 자유시장경제를 강력히 성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은 월가의 이해관계를 대변, 자본 흐름에 대한 규제조치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공동발표문은 각국의 은행이나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감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선언적인 의미에 그칠 전망이다.【정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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