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번째·아시아 최대 크기 표준연 1MN 힘표준기 현장을 가다
미국에서 노후 장비 들여와 시작된 힘표준 역사, 이제 당당히 자립
과학에서 힘은 ‘물체에 작용해 모양을 변하게 하거나 운동 상태를 바꾸는 요인’으로 해석한다. 힘의 단위인 N(뉴턴)은 떨어지는 사과를 통해 중력의 원리를 알아낸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이름에서 땄다. 1N은 질량 1㎏의 물체에 작용해 1m/s2의 가속도를 발생시키는 힘으로 대략 사과 반쪽, 약 100g의 물체를 손으로 들고 있을 때 느끼는 무게와 같다.
15일 찾은 대전 한국표준과학연구원(표준연) 역학동에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에 걸쳐 이 힘을 무려 1MN(메가 뉴턴)까지 잴 수 있는 힘표준기가 우뚝 서 있었다. 1MN은 8톤 덤프트럭 12대 반을 실을 수 있는 무게이다. 힘표준기 용량 1MN은 미국(4MN), 독일(2MN)에 이어 세계 3번째이고 아시아에서는 최대 규모다. 이 힘표준기가 있어야만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 사용되는 대용량 힘의 기준을 세울 수 있다.
높이 17m, 중량 180톤의 힘표준기는 지난 2013년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돼 지난 5월 준공된 역학동에 설치됐다. 연내 개발될 유압식 힘표준기, 빌드업 힘표준기 등 추가 장비를 활용하면 최대 50MN까지도 측정할 수 있다. 박연규(사진) 표준연 질량힘센터장은 “힘표준기 설계 때 1MN 정도는 돼야 우리나라 산업계에 다양한 파급효과가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대용량 힘표준기가 없으면 정확한 무게 측정과 균형 조절을 할 수 없어 1MN 이상의 힘을 발휘할 건물을 결코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다.
힘표준기는 선박·플랜트·교각과 원자력·풍력 발전소 등 대형 건축물을 설계할 때 각종 힘을 테스트하는 데 사용한다. 중공업 분야의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대용량 역학 측정 제어기술 보급이 무역분쟁 해소와 산업경쟁력 강화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한다. 나로호 등 우주 발사체의 추진력을 재는 데도 쓰인다. 박 센터장은 “각종 산업 현장에서 측정하는 모든 값은 표준연의 힘표준기로 교정한다고 보면 된다”고 자부했다.
1975년 표준연 설립 때만 해도 한국에는 힘을 측정할 장비가 하나도 없었다. 1979년 질량힘센터의 전신인 힘연구실이 생기면서 미국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로부터 500kN의 힘표준기를 무상으로 양여받은 게 우리나라 힘표준의 역사의 시초다. 이 힘표준기는 무려 1926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에 이미 노후화된 장비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이번 1MN 힘표준기를 만들기 직전까지 무려 90살이나 먹은 이 힘표준기를 사용했다.
연구실에 김철구 전 연세대 교수와 송후근 선임기술원 등 단 2명의 연구인력 밖에 없는 탓에 1980년대 초까지 한국의 교정·측정 기술은 심각하게 낙후돼 있었다. 국내 기업이나 교정서비스 업체들조차 표준연의 능력을 믿지 못할 정도였다. 당시 일본에 가서 기술을 익히며 간신히 실력을 쌓은 표준연은 이제 일본 힘표준기 용량(500kN)의 두배의 힘표준기를 스스로 만들 정도로 자립했다.
박 센터장은 “미국으로부터 힘표준기를 무상으로 받았다고는 하지만 설치 비용만 당시 2억원에 가까울 정도로 정부에서 엄청난 투자를 한 셈”이라며 “당시 받은 힘표준기가 2003년쯤부터 부정확해져 1MN 힘표준기 자체 제작에 돌입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1MN 실하중표준기 사양
최대용량: 1.1MN
높이: 17m
중량: 180톤
불확도: 0.002%
개발기간: 2011년~2013년
예산: 3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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