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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어문정책의 현실과 이상
입력1999-02-21 00:00:00
수정
1999.02.21 00:00:00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높게 조정해 발표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요, 그동안 정부와 국민의 일체감을 바탕으로 한 IMF체제 극복을 위한 노력이 눈물겹도록 고맙게 느껴진다. 다시 한번 「우리는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아직은 우리의 현실상황에 시원한 통풍구가 마련되진 않았더라도, 적어도 지금의 척박한 여건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이 주어졌다는 것은 얼마나 훈훈한 일인가?
그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이상지향적 안간힘이 있어 우리의 오늘은 결코 메마르지 않다. 이상을 상실한 현실이 얼마나 답답하고 폐쇄적이며 삭막하겠는가? 하지만 그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 든든함과 충실성을 확보해 나가는 일을 우리는 또한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이상이 퇴색된 현실이 안일과 정체를 동반한 답보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면, 현실을 외면한 이상은 공허한 환상에 그쳐서 성취불가능의 것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자병용 문제를 둘러싸고 불붙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어문 정책에 있어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한자병용이 「실용적 문자생활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과 「우리 고전 문화 계승의 계기적 효과」에 대한 기대 등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 당위성과 이상적 좌표설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어문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올바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것이 음성으로 표현될 때에 말이 되고 기호로 표현될 때 글이 된다. 어느 것이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형식과 내용이 함께 구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자의 목적달성의 형식성을 중시하는 것이 한글전용이요, 내용성을 중시하는 것이 한자병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글전용을 고집할 경우 형식상의 문맹퇴치는 어느정도 가능할지 모르되, 몰내용(沒內容)에 따른 실질적 문맹의 증대는 불가피해 질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이 양자를 상호배척적이 아닌 상호보완적 요소로 적절히 조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닌가 싶다.
어문 정책은 일조일석에 가닥이 잡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거기에는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장기적 연구와 연습이 수반되어야한다. 우리들 전체어휘의 50% 이상을 한자어가 차지하고 있다는 엄연한 현실에 따라 한자병용을 시행해 가면서, 한편으로는 전문기구를 설치해 한자어를 순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을 장기적으로 펼쳐감으로써 한글전용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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