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책과세상] 암투병 소설가 '끝'에 이르러서야 삶을 깨닫다

■ 최인호의 인생(최인호 지음, 여백 펴냄)


196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단편 ‘벽구멍으로’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그의 천재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후 그는 기성 문단으로부터 ‘통속작가’라고 지탄 받았고, 그는 “그러는 당신들은 뭐냐?”단 한 마디로 그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그는 연륜이 쌓이며 역사소설에 천착, 상도ㆍ해신 같은 대작을 잇따라 내놓았다.

그러던 2008년 5월,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간 병원에서 그는 덜컥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살아오는 동안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 말고는 거의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없는 그였다. 하지만 육신의 쇠락보다 더 큰 충격이 있었으니, 그것은 ‘문학적 죽음’이었다.

2011년 그는 ‘소설가 최인호’로 다시 돌아왔다. 2005년에 선언했던 대로 26년 만에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라는 전작 장편소설을 세상에 선보였던 것이다. 현기증을 이기기 위해 얼음을 씹으며 손톱이 빠진 자리에 고무 골무를 끼고서 “누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쓰는 것”처럼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작품이었다.

그런 그가 새로 낸 ‘최인호의 인생’은 지난 5년간의 투병 기록이자, ‘끝’에 이르러서야 깨닫게 된 삶의 진실을 담은 그만의 일기다. 에세이도 아니고 소설집도 아닌, 그 스스로 '작품집'이라고 부르는 한 권의 책이다.



왜 그라고 좌절하지 않았을 것인가. 하지만 그는 자신의 고통 속에서 신의 섭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종교적 깨달음인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인생의 참모습이다. 암이 발병한 지 5년째, 이제 그가 자신의 지난 5년에 대해 책을 통해 입을 연다.

그는 “투병 초기에 그는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이해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었다”며“세상을 향한 문을 닫아 건 채 안으로만 침잠해 들어갔다”고 고백한다.

등단 이후 45년 넘게 한국문학의 중심에 서 있었던 것에 대해 그는 “바람이었던 동시에 세인들의 부름에 대답한 결과였다”며“그것은 참으로 우상과도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책에 대한 그의 속내를 이렇게 털어 놓는다.

“글들이 종교적이어서 보편적인 것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다. 작가는 어차피 그때그때 그가 마음에 담고 있는 생각들을 쏟아내기 마련이니까. 그리고 우연히 올해가 문단에 나선 지 정확하게 50년이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반세기 동안의 작가 인생을 기념하는 문집인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신춘문예에 입선함으로써 데뷔했는데, 그 동안 명색이 작가랍시고 거들먹거리고 지냈음이 문득 느껴져 부끄럽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어서 어서 꽃 피는 춘삼월이 왔으면 좋겠다. 혹여나 이 책을 읽다가 공감을 느끼면 마음속으로 따뜻한 숨결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그 숨결들이 모여 내 가슴에 꽃을 피울 것이다.”1만4,000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