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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셋플러스] 달러 강세로… 경상수지 적자국 투자 경계를

■ 출구전략과 한국 증시<br>美의 확장적 통화정책 수혜 본 이머징 마켓 우려 갈수록 커져<br>한국은 선진국과 이머징 중간 자원부국 라틴아메리카 충격 예상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투자전략팀장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경제와 자산시장은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왔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까지 낮춘 것도 모자라 직접 돈을 찍어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중앙은행이 막대한 유동성을 풀어도 실물 경제의 회복이 미진하다는 비판도 있지만, 중앙은행의 역할이 없었다면 그나마 이 정도의 경기 회복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크게 출렁였던 것도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출구전략은 중앙은행이 그동안 시장에 풀었던 유동성을 흡수하는 포괄적인 정책변화를 의미한다. 미국 경제가 정상화되면서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기준금리의 인상이야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양적완화를 통해 사들이던 채권의 매입 규모를 줄이더라도 금융시장은 동요할 수 있다. 미국 시장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고, 특히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가치와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를 기록한 것도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의 출구전략은 달러의 기조적 강세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달러를 많이 푸는 양적완화 국면에서는 달러 가치가 약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지난 수 년 간의 달러 약세를 통해 확인됐다. 반대로 출구전략을 통해 시장에 유통되는 달러의 규모를 줄이면 달러 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출구전략을 시행할 경우 '약한 달러-저금리'라는 조건 하에서 미국 밖으로 향했던 글로벌 유동성이 다시 미국으로 환류할 수 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이머징 국가들의 외환위기가 발생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브래튼우즈 체제가 해체되면서 변동환율제가 채택된 71년 이후 달러의 기조적 강세 국면은 두 차례 있었다.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높였던 80년대 초반에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고, 연준의 기습적 기준 금리 인상에 이어 IT혁명에 따른 미국의 생산성 혁신이 나타났던 90년대 중반에도 달러는 강세를 나타냈다.

두 차례의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늘 이머징 마켓의 외환위기가 수반됐다. 직전 달러 약세기에 가장 뜨겁게 부각됐던 국가들이 희생양이 됐다. 80년대 초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90년대 중반의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멕시코에 이어, 한국∙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러시아 등이 외환위기를 겪었다.

최근 미국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이머징 마켓이 더 큰 타격을 받았던 것도 이런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다.



지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미국의 출구전략이 시장의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기의 문제이지 미국의 출구전략은 예측 가능한 미래에 가시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준비는 필요하다. 미국이 돈줄을 죄면서 글로벌 유동성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클 때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보전해 왔던 나라들이다.

실물 부문에서의 경쟁력보다 늘어난 유동성의 수혜를 금융 측면에서 누린 국가들이 달러 강세 국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교역을 통해 외화를 벌이들일 능력은 없지만, 미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늘어난 달러가 유입되면서 수혜를 봤던 국가들에 대한 우려는 점차 커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국들에 대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경상수지는 향후 미국의 출구전략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 대상 국가의 질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한국이 겪었던 두 차례의 외환 위기(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위기) 직전에도 경상수지의 적자 확대(반전)이 시스템 리스크 발생의 전조로 작용한 바 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는 안정적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출구전략 시행 가능성이 논의되는 현 상황은 전반적으로 이머징 국가들에 불리하고 선진국(미국)에 유리한 환경이다. 한국증시의 정체성은 선진국과 이머징의 중간 정도라고 봐야 한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올해도 실패했지만, FTSE에서는 이미 선진국 지수에 포함돼 있다. 굳이 국가별 선호를 따지자면 '미국>한국>동남아>라틴아메리카" 순으로 순위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대체로 자원 부국들인데, 달러 강세 국면에서는 국제 상품 가격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아 가장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국가군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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