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금폭탄 피하자" 한바탕 난리 났다
5억~10억 현금자산가 절세문의 폭주■ 금융종합과세 기준 2000만원으로 내렸더니…예·적금 깨고 연금보험 등 비과세 상품 가입 줄이어소득 한해에 집중 말고 월지급식 분산이 유리
박해욱기자 spooky@sed.co.kr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뚝 떨어지자 현금자산 5억~10억원을 보유한 자산가 약 20만명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은행PB센터를 방문한 한 고객이 절세 등의 방법에 대해 상담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DB
시중은행의 한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지난 28일 이후 개인고객들로부터 전화를 받느라 연말을 즐길 틈이 없었다.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준이 현행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반 토막이 나자 현금자산이 비교적 많은 투자자들이 절세 방법을 묻는 전화가 폭주한 것이다.
심지어 그가 특별히 관리하는 자산가들은 주말 밤까지도 전화를 해와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며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는지 꼬치꼬치 물어왔다.
그는 "현금자산 5억~10억원가량 된 고객들은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빗겨나가 있었는데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절반으로 낮춰지면서 이들도 대상에 포함됐다"면서 "절세할 수 있는 방법 등을 묻는 전화가 많았다"고 말했다.
◇예측했지만…"폭이 커 놀랐다"=PB에 전화를 걸어온 고객들은 한결같이 "예상은 했지만 조정 폭이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7억원을 예금에 넣어 둔 A씨는 금리 3.5%를 적용해도 연 이자 소득은 2,450만원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빠졌다. 하지만 대상이 2,000만원으로 낮춰지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으로 포함됐다. 이자소득세(15.4%)만 내면 됐던 것이 이자 2,000만원까지는 이자소득세, 초과분 450만원은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에 포함돼 과세가 이뤄진다. 만약 근로소득이 1억원 일 경우 세율 38.5%가 적용돼 450만원에 대한 이자 173만원도 내야 한다. A씨는 당초 377만3,000원만 내면 됐다. 하지만 기준이 바뀌면서 2,000만원에 대한 이자소득세 308만원과 450만원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 173만원 등 모두 481만원이 내년부터는 부과된다. 더욱이 종합과세 대상으로 확정되면 의료보험비도 현재보다 더 많이 납부해야 하는 등 추가 부담이 늘어난다.
양재혁 외환은행 영업부 WMC센터 팀장은 "기존 자산가는 금융종합소득세 납부에 해당돼 큰 변동이 없지만 새롭게 편입되는 고객층은 매우 당황스러운 입장"이라며 "특히 의료보험비 납부액이 증가하는 등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절세 또 절세=과세기준이 하향조정됨에 따라 재테크시장의 절세 트렌드는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예∙적금 해지 및 즉시연금과 거치식 연금보험 등에 대한 문의가 가장 많은데 그만큼 비과세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소득에서 제외되는 금융상품은 ▦만기 10년 이상의 보험 ▦브라질채권 ▦물가연동국채 ▦선박펀드∙유전펀드(2014년까지 한시적 조세특례 적용)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특정 상품에 한정되기보다는 고객유형에 맞춰 자산을 고루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배종우 하나은행 청담골드클럽 PB센터 부장은 "이제는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비과세 상품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은퇴 예정자나 젊은 직장인 등 고객유형에 최적화된 금융상품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절세효과 극대화…금융소득 발생시기 분산해야=전문가들은 절세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금융소득이 한 해에 집중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약 한 해에 이자 및 배당소득이 집중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 대상자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종합소득세를 계산할 때 높은 세율구간 적용을 받아 세금 부담이 높아진다.
만기에 한꺼번에 받을 금융소득을 월지급식으로 분산하면 과세한도 운용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쉽게 말해 포트폴리오의 밸런스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월지급식 상품이 큰 인기를 끄는 것도 금융소득이 일시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 오인아 씨티은행 강남 CPC PB팀장은 "지금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으로 안전자산은 비과세 상품과 예금을 분산하고 과세가 되는 해외 투자는 변액보험으로 활용하는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며 "자녀와 배우자에 사전 증여를 통해 금융소득을 분산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