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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익 적고 규정 깐깐"… 경쟁국 눈돌려

■ STX팬오션 국내상장 포기 "해외로"<br>소송위협 증가등 유지비용 급속하게 늘고<br>상장요건 총족시키기도 쉽잖아 줄줄이 떠나

STX팬오션(옛 범양상선)이 국내 증시를 포기하고 해외 직상장을 추진하면서 증권선물거래소의 ‘동북아 금융 허브’ 구상이 시작부터 뒤흔들리게 됐다. 국내 우량기업마저 해외증시를 선호하는 마당에 해외기업들이 한국증시에 눈을 돌릴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주들의 배당ㆍ자사주 매입 요구, 소송위협 증가 등으로 상장유지 비용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주가는 저평가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경쟁국보다 까다로운 증시 관련 규정이라도 시급히 정비해야 우량기업들의 국내 증시 이탈현상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STX팬오션, 국내 상장 왜 포기하나=STX팬오션은 현재 자본금 규모나 재무건전성 등 다른 상장요건은 모두 충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예비상장 심사 청구일까지 최대주주와 1% 이상 주주의 지분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현행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 규정은 소액주주 보호라는 도입취지와는 달리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로 변질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증권사 기업공개(IPO) 담당자는 “최근 장외거래가 활성화되면서 1% 이상 주주가 지분을 사고 파는 일이 빈번하다”며 “현재 4~5개 가량의 회사가 이 규정 때문에 상장을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STX팬오션도 올 연말까지 기다리면 국내외 동시상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STX팬오션은 ‘2010년까지 세계 5대 해운사 도약’이라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자금조달이 시급한데다 실익 측면에서도 해외상장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STX팬오션의 한 관계자는 “홍콩 등의 투자자들은 해운업을 잘 이해하고 있어 공모가격을 국내보다 주당 1만원 가량 높일 수 있다”며 “IPO 자금을 컨테이너선ㆍ석유운반선ㆍLNG선 등 해운선단 구성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 자본시장기능 상실 심화=STX팬오션 사례에서 보듯 국내 기업들의 거래소 이탈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이후 자진해 증시를 떠난 기업은 옥션ㆍ부산상호저축은행ㆍ한일ㆍ디와이홀딩스ㆍ넥상스코리아ㆍ세원화성ㆍ이수세라믹 등 10여개에 이른다. 또 한국컴퓨터지주 등 ‘거래량 및 주식분포상황 요건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기업들의 일부는 자진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는 한마디로 증시가 자금조달 창구로서 매력을 잃은 반면 상장유지 비용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 월간 거래량이 발행주식의 5% 미만, 외국인 지분율이 1% 미만인 종목이 24%에 달한다. 상장사 4개 중 1개는 상장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배당과 자사주 매입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기업의 미래성장동력마저 훼손되고 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액은 5조9,587억원, 배당금은 9조5,697억원(지난달 28일까지 공시 집계액)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 순이익(47조8,000억원)의 약 3분의1이 주주가치 명목으로 쓰인 셈이다. 특히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등으로 상장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상장혜택 감소와 소송위협 등 각종 부담 증가 때문에 앞으로 자발적으로 상장을 폐지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도 지난 2002년 회계감사 기준 강화를 위해 사베인스-옥슬리법이 제정된 후 자진 상장폐지 기업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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