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유로존 위기가 확산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 유동성 압박이 생기는 등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충분히 건강한 만큼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신용등급 'A1'과 '안정적(stable)'인 등급 전망을 재확인했다. 톰 번(사진) 무디스 아시아 중동 국가신용담당 부사장은 2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가 3,000억달러 이상의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있는 것에 대해 지난 2008년 600억달러 규모의 외화유출이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단기적인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 부사장은 유럽위기에 대해 "2008년 미국과 달리 유럽 은행의 문제가 잘 알려져 있고 유럽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2008년처럼 글로벌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번 부사장은 한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올해 성장률이 3.5~4.5%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합 재정수지도 0.5% 흑자를 유지해 같은 등급의 다른 국가에 비해 비교적 양호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도 32.7%로 평균 42.1%에 비해 낮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국가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은행 부문에 대해 한국 정부의 개입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은행 부문은 높은 자기자본 비율, 안정적인 거시감독, 견실한 영업환경 등 장점이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arm twisting) 은행의 예대율을 낮추고 단기외채를 줄이는 등 규제를 실시했는데 이것이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약점에 대한 충고도 제시됐다. 그는 "한국 은행의 자금 조달구조가 취약하고 가계 부채 부담이 높은 편이라는 점은 경계해야 할 사항"이라면서 "집값이 급락하면 부동산 담보대출이 많은 한국 은행이 파산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경고했다. 농협ㆍ기업은행 등 국가 소유 은행의 낮은 수익성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최근 국내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와 관련해서는 저축은행의 비중이 금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 등을 들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한편 무디스는 한국에 'A1'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같은 등급의 국가로는 체코ㆍ에스토니아ㆍ이스라엘ㆍ오만ㆍ슬로바키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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