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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1% 금리시대… 우울한 풍광들

창구마다 금리 실랑이… 가입힘든 미끼상품만 속출

박스권 증시·회사채는 불안… 중산층·노령층 재테크 비상

2금융 마스코트 '특판'도 뜸해… 영업점선 예금보다 펀드 소개


A저축은행 영업점 창구는 최근 노령층 고객들과 직원들 사이에서 종종 언쟁이 벌어진다. 예금금리를 계속 내리다 보니 창구에서 고객들의 원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부터 금리를 계속 내리다 보니 창구에서 고객들의 항의가 많다"며 "특히 어르신 고객들은 '이자로 간신히 생활하는데 저축은행까지 금리를 이렇게 내리면 어떡하느냐'고 불평을 토로하지만 시중은행 금리가 워낙 낮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축은행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1%대 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중산층과 노령층 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섰고 안정된 재테크의 마지막 보루였던 저축은행의 금리마저 경쟁력을 잃고 있다. 경기 악화로 회사채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고 주식 시장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질 않는다. 여기에 역마진 공포에 휩싸인 보험사들은 공시이율을 줄줄이 내리고 있다. 한 마디로 앞이 꽉 막힌 형국인데 보험료와 생활비는 늘어나면서 생활고는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4%대의 고금리(?)로 고객들을 끌어모으던 저축은행들은 저금리를 이기지 못해 연초부터 금리 인하에 돌입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주 1년 기준 정기예금금리를 2.7%에서 2.6%로 내렸고 1년 기준 정기적금도 2.8%에서 2.7%로 0.1%포인트 내렸다. 아주저축은행은 지난달 26일 최대 2.6%까지 주던 자유입출금식예금 금리를 2.3%로 내렸고 1년짜리 정기예금금리를 2.8%에서 2.6%로, 적금은 2.7%에서 2.5%로 각각 2%포인트 인하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1년간 판매한 직장인 정기적금 기본 금리를 3.8%에서 3.7%로 내렸다. 또 다른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를 인하한 후 매일 10억원 가까이 수신잔액이 빠지고 있다"며 "저축은행 사이에도 금리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금리를 주는 대형 저축은행으로 돈이 몰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업계의 마스코트와도 같은 '특판'도 뜸해지고 있다.

그나마 특판이 남아 있는 곳도 가입조건은 까다롭기 그지없다. 연 5~7%대의 금리를 준다는 상품도 간혹 출몰하고는 있지만 막상 가입을 하려고 하면 저소득층이 대상이거나 방카슈랑스 등 보험상품과 연계돼 있다. 전형적인 '미끼 상품'인 셈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잘나가던 예전에는 별다른 이슈가 없어도 대규모 특판을 했다"며 "하지만 요새는 지점 오픈 등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특판을 하지 않거나 특판을 하더라도 기간과 한도를 짧게 내놓는다"고 전했다.

정기예금 금리가 1%대까지 추락한 은행 영업점들은 할 일이 없다. 권유할 상품 자체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고객들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주식시장에 대한 불확실한 낙관론뿐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굳이 상담을 해야 한다면 예금보다는 펀드를 소개한다"며 "현재 코스피가 1950포인트 밑으로 내려가 있으니까 2050포인트까지는 올라갈 것이라는 낙관론 아래 원금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라도 펀드 등 투자 수익을 찾아보라는 권유밖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더 처절하다. 저금리에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이 바로 보험업계다. 보험료는 오르고 이자율은 내리며 고객들의 보험 해약 움직임까지 엿보인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2월 들어 저축과 연금 이율을 0.10%포인트나 내린 3.56%, 3.47%로 책정했다. 보장성 공시이율은 3.43%로 0.13%포인트 내렸다. 한화생명도 저축·연금·보장성 공시이율을 0.03%포인트 내린 3.65%, 3.53%, 3.52%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메리츠 화재 등 다섯 개 손보사들의 2월 평균 이자율은 저축성보험 3.5%, 연금보험 3.5%, 보장성보험 3.4%로 저축과 보장성 이율이 0.1%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에 가장 어려운 곳은 보험업계일 수밖에 없다. 금리가 8%대일 때 판 저축성 보험이나 연금 등이 역마진이 나고 그게 지금의 어려움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보험사들이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것은 구조조정이나 건물 매각 등의 자구책 때문이지 결코 업황이 좋아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삼성·교보·한화 등 빅3 생보사는 500~1,000명 정도의 직원을 구조조정하는 등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자산 증식을 위해 만들어진 은행 PB 센터도 중산층 재태크와 관련한 해법은 찾지 못하고 세테크 상담에만 주력하고 있다. '13월의 폭탄'으로 돌아온 연말 정산 파동으로 타격을 입은 고객들의 세테크 상담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개인퇴직계좌(IRP) 개설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신한·우리·하나·KB국민·외환·산업·농협·기업은행 등 8개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IRP 적립금은 5조4,293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749억원) 대비 약 16% 수직 상승했다. 한 시중은행 PB는 "중산층은 세테크 범위 내에서 들어야 할 것은 다 들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IRP에 추가 300만원을 불입하면 최대 700만원까지 13.2%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어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던 오피스텔 투자 역시 중산층이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한 시중은행 PB는 "오피스텔 등 부동산 투자가 5~6%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최소 1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데다 공실률 같은 것도 계산해야 돼서 중산층이 접근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며 "중산층들에게는 적립식 펀드와 적금을 어느 정도 혼합해서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는 있으나 공격적인 상품을 가입할 경우 원금 자체를 까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상품을 권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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