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은 국내에서 폭력조직을 결성해 1,000억원대의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다가 필리핀으로 도주한 '봉천동 식구파' 두목 양모(49)씨와 부두목 민모(45)씨를 필리핀 이민청과 합동으로 검거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 등은 지난 2005~2010년 1,000억원대 유사석유를 팔고 주유소 운영권을 강탈하는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해왔다. 하지만 자신들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되자 2011년 10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도주 후에는 한국에서 범죄로 벌어들인 돈으로 골프를 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지속했다.
이들이 도주한 필리핀은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선호하는 해외도피처 중 하나다. 현재 필리핀으로 도망간 이들만 486명에 달할 정도다. 이들은 현지에서도 관광객 등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거나 범죄를 일으켜 교민들 사이에서도 큰 골칫거리가 돼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필리핀에서 검거 가능한 조직폭력배 등 도피 사범 10명을 선정해 추적작업에 나서 이번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필리핀에 파견된 경찰주재관 등은 현지에서 첩보를 수집하고 국내 경찰은 통신수사로 이들의 국내 연고선을 추적하자 두목 양씨는 국내 검거팀이 필리핀에 도착한 다음날 자수했다. 부두목 민씨는 이달 1일 세부에서 100㎞ 떨어진 레이터섬에서 필리핀 이민청과 국내 검거팀이 잠복한 끝에 붙잡았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범죄자를 붙잡으려면 사법주권 문제로 경찰주재관을 통해 현지 법집행기관에 검거를 요청하고 해당 기관이 직접 검거하는 방식의 '공조수사'밖에 할 수 없는데 이번에는 우리나라 경찰이 두 달여 동안 철저하게 사전작업을 진행해 현지 경찰과 함께 추적하는 등 상당 부분 개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필리핀에서 도피 중인 다른 조직폭력배 등도 계속 추적해 검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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