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MBC '그 여자네 집' 차인표

"편안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그와 만난 곳은 야외 촬영지 근처의 한 한식집이었다.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자리에 들어선 차인표(35)는 마치 조연출과도 같았다. 촬영 내용에 맞게 갖춰 입은 편한 복장도 그랬지만 선배 연기자들을 자리로 안내하고 음료수를 나르며 후배 연기자들을 챙기는 폼이 영 '스타스럽지'않았다.

'속깊은 배우'라는 세간의 이야기가 역시 틀리지 않은 듯했다.

그의 모습은 현재 MBC-TV의 주말 연속극 '그 여자네 집(극본 김정수ㆍ연출 박종)'에서 볼 수 있다.

이중 차인표가 맡은 역할은 영욱(김남주 분)의 연인 태주 역. 지방 공사장 현장감독으로 부잣집 딸인 영욱과 결혼하지만 곧 이혼하고 드라마 말미에서야 재결합에 이르는 인물이다. 어깨에 힘 들어간 '완벽한 남성'이 아니라 공사장 인부들과 부대끼며 소박한 삶을 이어가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캐릭터다.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류이지요. 하지만 치매문제나 가족간의 갈등 같은 생활 전반에 관한 세세한 묘사도 빠지지 않습니다"이렇게 드라마를 설명해가던 차인표가 작가 이야기에 이르자 목소리를 높인다. "(작가의) 따뜻한 심성이 작품에도 그대로 살아납니다. 얼마 전 할머니를 업고 뛰는 장면을 찍은 뒤에 목욕탕에서 아버지 등을 밀어드리는 장면을 연이어 찍었어요. 솔직히 이래 본 게 얼마 만인지요. 그 장면을 보시는 시청자들도 저처럼 가족에 대해 되새기지 않겠어요 "

그는 옆사람들을 위해 고기를 뒤집느라 바쁘면서도 여러 이야기들을 이어갔다. 그와 '닥터 K'를 찍었던 감독이 영화 '친구'로 대박을 터뜨린 이야기, 영어로 연기하게 될 새 영화 '아이언 팜스(Iron Palms)', 가끔 성민이(손지창-오연수의 아이)에게 얻어맞기도 한다는 아들 정민, 전업주부처럼 모든 관리를 도맡아 하는 아내 신애라, 세 식구가 함께 나가는 교회, 살을 빼기 위해 시작해 일과가 돼 버린 달리기 등등.

그가 감독과 각본을 담당한 인터넷 드라마 '노란 리어커'가 화제에 오르자 앞날에 관한 설계도 숨기지 않는다. 가만히 있는 게 스타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던데 말이다.

"소품 연출도 해 보고 싶고요, 시나리오 분야가 특히 좋아서 집에서 써보곤 하지요.

가명으로 '베스트 극장' 극본 공모 같은데 참여해 볼까 생각도 했었어요" "평범하게 살고 싶고 편안한 배우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김희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