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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돌·바람·여자가 많다 하여 예부터 삼다도(三多島)라 불렸다. 지금은 아름다운 전통처럼 알려졌지만 사실 태풍이 빈번한데다 현무암 지형이라 벼농사를 지을 수 없어 배를 타고 나갔다가 많은 남자들이 목숨을 잃은 역사가 밴 이름이다. 제주도는 관광 산업과 특용작물 농업이 활성화되기 직전까지 기근이 매우 빈번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였다.
이런 제주도가 이제 스마트 관광, 소프트웨어 융합, 에너지 신산업 등 한국 최첨단산업의 요람으로 거듭난다. 26일 다음카카오의 주도로 출범한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제주도를 원격근무가 가능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특성을 살려 문화·관광이 발달하고 삶의 질이 높은 '실리콘비치'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공개됐다. 제주센터는 나아가 △교류 프로그램 운영 △'체류지원 존' 구축 △문화·정보기술(IT) 융합 창조거점 육성 등을 통해 제주도를 동남아시아와 연계한 글로벌 창업 허브로 키울 방침이다. 이미 제주에 본사를 둔 다음카카오만이 노릴 수 있는 야심 찬 계획이다.
다음카카오 파트장 출신인 전정환 제주센터장은 "제주센터가 스타트업 창업을 위한 혁신 거점으로 자리 잡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에 이바지할 것"이라며 "아이디어는 있지만 어떻게, 어디서 사업화를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창업은 했지만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판로를 개척하지 사람들을 위해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의 제주센터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지만 이를 못 따라가고 있는 시스템과 관광 콘텐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 관광 플랫폼 구축사업에도 적극 나선다. 제주센터는 제주 전역에 위치 기반(비콘) 스마트 관광 플랫폼을 구축하고 관광창업사관학교까지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아모레퍼시픽까지 참여해 'K뷰티-문화-체험'을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콘텐츠 개발을 추진한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이 참여기업으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4월 초 아모레퍼시픽이 전국 혁신센터에 사업 참여 의사를 보이자 5월 초 가장 높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제주센터에 아모레퍼시픽을 배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제주 생물을 활용한 화장품을 개발하는 데 연구개발(R&D)·기술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오는 9~10월께는 제주에 제2센터까지 설치한다.
김유식 미래부 창조경제진흥과장은 "ICT에 강점이 있는 다음카카오와 제조업 기반의 아모레퍼시픽이 힘을 합치면 제주의 문화·관광 산업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제주센터는 충북센터를 이끌고 있는 LG와 협업해 '탄소 없는 섬 제주(Carbon Free Island Jeju) 2030' 구축사업을 지원한다. 전기차·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이 나오면 이를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2030년까지 친환경 발전·전기차 100% 전환을 실현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주는 입지가 전기차를 적용하기 매우 좋은데다 관광 청정지역이기 때문에 친환경에너지가 꼭 필요하다"며 "글로벌 친환경에너지 사업 모델을 제주도에서 실증해 수출도 하고 다른 지역의 것도 실험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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