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최대 상권으로 부상한 강남대로에서 이번에는 스포츠 브랜드 혈전이 펼쳐지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주고객인 명동과 달리 강남대로는 유행에 민감한 2030세대가 몰리는 곳이어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간판 상권이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와 르꼬끄스포르티브를 전개하는 데상트코리아는 오는 2월 중순께 강남대로 핵심 상권에 대규모 매장을 추가로 열고 아디다스·뉴발란스 등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선다.
데상트코리아는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사거리에 서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데상트와 르꼬끄스포르티브 매장을 모두 확장할 예정이다. 르꼬끄스포르티브는 영화관 CGV 강남점 인근으로 옮기고 데상트는 르꼬끄스포르티브가 빠진 매장에 들어가면서 현재 매장 규모인 132㎡(40평)를 2배 늘려 264㎡로 몸집을 키운다.
이에 따라 강남역 사거리를 기준으로 북쪽을 바라본다면 오른편에는 아디다스와 데상트, 르꼬끄스포르티브가 왼편에는 뉴발란스가 위치하게 된다. 아디다스 강남직영점은 198㎡(60평)이며, 맞은편에 위치한 뉴발란스 매장은 2개 층에 331㎡(100평) 규모다.
반면 스포츠 시장의 전통 강자인 나이키는 강남역 상권에서 멀어지게 됐다. 강남역 11번 출구 인근에 있던 나이키 매장은 최근 아웃도어 편집숍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최근 수년간 스포츠 브랜드를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은 아웃도어 열풍에 대리점주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푸마 역시 강남역 상권에서 자취를 감췄다. 푸마는 패션 브랜드들이 자존심을 위해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한다는 명동 상권에서도 지난해 백기를 들고 플래그십 매장을 철수했다.
일각에서는 스포츠 브랜드의 세대교체가 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가 비공식 집계한 지난해 매출 결과 신규 브랜드인 뉴발란스와 데상트의 약진이 눈에 띈다. 전통 강자 나이키와 아디다스그룹(리복 포함)은 5,000억~5,5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뉴발란스와 데상트는 2,000억원대로 불과 몇년 사이 괄목할만한 매출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신흥 스포츠 브랜드가 급성장한 배경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10~20대를 겨냥한 제품을 적절히 선보이며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데상트의 경우 올 겨울 시즌에 선보인 아우터 제품들이 대부분 팔려나간 '완판' 상태다. 특히 데상트가 후원하는 캐나다·스위스 스키 대표팀이 입는 경기복에서 모티브를 가져 온 '스위스 레플리카 다운'은 지난해 12월 초부터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국내에 '빈티지 러닝화' 열풍을 몰고 온 뉴발란스도 신발군을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급성장하는 이들 신규브랜드도 아웃도어 시장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 와야 하는 커다란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수 년간 해마다 30% 이상 몸집을 불리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최근 단일 브랜드가 7,000억원 매출을 올릴 정도로 고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연령과 영역을 아우르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와는 달리 아직까지 고객이 젊은층에 한정돼 있다는 점이 오히려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