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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현대발레의 진수

2002년은 무용 팬들에겐 말 그대로 '성찬의 연속'이다. 그 마지막 무대 격이 될 러시아 현대발레단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내달 3~8일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지난해에 이은 다섯번 째 내한으로 '러시안 햄릿', '카라마조프가(家)의 형제들', '돈 키호테-어느 정신이상자의 환상' 등 세 편을 공연한다. 보리스 에이프만이 지난 1977년 창단한 이 발레단은 고전 발레의 강국 러시아에서 드물게 현대발레를 추구하며 세계 현대발레의 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무용 단체다. 춤에 문학성과 철학성을 담은 '드라마틱 발레'가 특징인데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 몰리에르, 도스토예프스키 등 세계적 문호의 작품이 자주 발레단의 무대에 올랐다. 국내 초연되는 '러시안 햄릿'(3~5일)은 발레단의 근래 경향을 가늠할 수 있는 최근작이다. 러시아의 여제 예카테리나 2세와 아버지를 암살한 어머니 덕에 고뇌에 시달렸던 아들 파벨을 소재로 했다. 장중한 황실을 배경으로 그 화려함 속에서 서서히 파멸돼 간 영혼을 그린다. 6~7일 공연될 '카라마조프.'는 지난해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내한 공연 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 도스토예프스키가 원작에서 다룬 철학과 종교, 인간에 대한 질문을 두 시간짜리 발레에 잘 압축했다는 평을 받았다. 8일 2회에 걸쳐 공연될 '돈 키호테.'는 원작과는 달리 병원에 수감된 정신병자 돈 키호테의 무의식과 환상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잊고 지내는 사랑, 정직, 배려 등의 가치를 역설하고자 했다는 설명. 역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발레에 연극성과 현대무용의 표현력을 덧입히며 러시아 현대발레를 도약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는 에이프만 발레단은 올해 창단 25주년을 맞아 볼쇼이와 마린스키 극장, 미국 뉴욕 등지에서 기념 공연을 개최하기도 했다. 서울공연 뒤엔 전주(9~10일), 울산(11일), 대전(12일), 춘천(14~15일), 의정부(17일) 등에서 순회공연이 열린다. 2만~6만원.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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