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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과 재판관
입력2002-06-24 00:00:00
수정
2002.06.24 00:00:00
2002 한일월드컵에서 개최국인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은 거스 히딩크 감독의 공언처럼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파죽의 지세로 폴란드ㆍ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스페인을 격파하고 꿈의 4강에 올라 우리 국민을 기쁘게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대표팀의 승리에 대해 이견도 있는 것 같다. 다름 아니라 우리의 승리가 심판의 오심 때문이라는 일부 외신의 주장이다.
예컨대 포르투갈전에서 이영표 선수를 태클하다가 경고 두 번으로 퇴장당한 베투 선수의 예, 이탈리아전에서 우리 페널티 지역에서 할리우드 액션으로 경고를 받아 역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한 프란체스코 토티 선수의 예, 스페인전에서 심판이 스페인의 골 두 개를 수비수 수비방해, 엔드라인 아웃으로 무효시킨 예 등이 모두 잘못된 판정이고 결과적으로 우리 팀이 심판의 오심 덕으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는 축구전문가가 아니라서 심판의 판정이 정말 일부 외신이 말하는 오심인지 가릴 실력은 없지만 오랜 기간 판사로서, 또 현재 변호사로서 일해오면서 판단의 시비에 대한 논란을 본 경험으로 오히려 그 반대의 예를 제시한다.
물론 축구심판의 판정과 재판관의 판결에는 다른 점도 있다. 하지만 재판관이나 축구심판이나 모두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주장과 상황을 파악해 주어진 규칙 내에서 양심과 인격을 걸고 판단한다는 점에서 핵심은 동일하다.
재판에서도 패소한 당사자가 재판관의 치명적인 판단의 잘못을 지적하며 불복, 항소심에서 이를 뒤집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 패소한 당사자들이 많은 경우(대략 30% 내지 40% 정도) 재판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고 항소라는 길을 택해도 대부분의 항소사건은 원심이 옳다는 결론으로 종결된다(민사사건의 경우 1심이 항소심에서 파기되는 비율은 항소된 사건 중 10% 내지 15%에 불과하다).
당사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하고 이를 인정받고 싶어하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냉정을 찾으면 판결결과에 승복하고 판결 전 더 꼼꼼히 주장해 입증을 잘했으면 하고 아쉬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이번 우리의 승리를 보고 패배한 나라에서 보이는 반응도 언뜻 이러한 재판결과에 아쉬워하는 당사자의 모습과 유사하지 않을까 한다.
이러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질 것이고 조만간 우리 대표팀의 실력을 인정하고 이를 가볍게 ?자신들의 불찰을 탓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므로 우리 대표팀이나 응원단은 행여 외신에 찜찜해하지 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남은 경기에서도 실력을 보여주기 바란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월드컵 결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황상현<법무법인 세종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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