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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불사조

金容元(도서출판 삶과꿈 대표)과잉중복투자를 해소하려는 5대그룹의 빅딜이 지지부진하다고 정부가 계속 재벌들을 몰아세우고 있는 시점에, 일본 도쿄에서는 한·일(韓日)두 나라의 재게 거물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과잉중복투자를 해소하는 산업협력을 강화키로 한다는 발표를 했다. 똑같은 과잉중복투자 해소인데, 우리끼리는 잘 안되고, 일본사람들 하고는 해야겠다는 내용이 얼른 이해가 안된다. 「장군 하니까 멍군한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정부와 재벌그룹들 사이에 주파수(周波數)가 잘 맞지 않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거나 접근하는 방법에 있어서 근본적인 차이를 느끼게도 한다. 그동안 정부는 원사이드로 재벌그룹들을 다그쳐 왔다.『빨리 빅딜을 끝내라. 상호빚보증을 없애라. 부실계열사를 정리하라. 알짜 회사들을 처분해서 빚을 갚아라. 5대재벌은 전체 계열사를 4~6개의 주요업종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금줄을 끊는다.』 재벌그룹들의 대응이 마땅치 않을 때마다 정부의 개혁지침은 강도(强度)를 높여갔다. 최근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5대그룹을 제외한 13개 구조조정 모범업체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정부는 절대 개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며, 한발 앞서 개혁한 기업들이 잘 했다고 느낄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에서도 재벌그룹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재벌그룹들을 견제하는 외신기사가 간간이 나오는 가운데 며칠전에는「재벌들의 저항을 극복해야 한국의 경제개혁이 성공할 수 있다」는 영국 이코노미스트 정보연구소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스워스 주한(駐韓)미국대사도 한마디 했다. 국민회의 개혁그룹의원들 모임에 참석해서『외채(外債)보다 산더미처럼 많은 국내 부채가 오히려 한국경제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기업의 부채비율이 줄지 않으면 한국경제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안팎으로 코너에 몰리는 상황에서 재벌그룹들은 여전히 신중하다. 여론이나 정책당국의 지나친 조급성을 걱정하면서 기회있을 때마다 현실적으로 금방 풀기 어려운 얽히고 설킨 이유들을 들며 대기업들이 약속한 자율개혁을 믿고 지켜봐 달라고 대답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누가 뭐라해도 한국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는 재벌들이고, 경제를 일으키는 일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는 능력집단이 재벌들인데, 이들을 몰아치고 흔들어대기만 하면 그렇지않아도 어려운 경제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반론이다. 더구나 재벌그룹들은 역대정권을 거치며 그때마다 겪는 시련의 고비를 넘겨 더 커져온 불사조(不死鳥)들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성급하게 재벌재편, 재벌해체등의 추측이 떠돌고는 있으나, 과연 이들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좀더 두고 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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