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가 당초 우려된 것보다 눈에 띄게 개선되는 반면 재정위기에 발목이 잡힌 유럽 경제는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 올 상반기 미국과 유럽 경제에 '디커플링' 현상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9일 주요7개국(G7) 가운데 미국과 일본 등의 성장률을 대폭 상향 조정한 반면 유럽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오가는 약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선진 경제권인 미국과 유럽 간 경기회복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OECD가 이날 발표한 G7 경제전망 중간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는 미국의 올 1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11월 예측했던 1.7%를 크게 웃도는 2.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ㆍ4분기 성장률도 2.8%를 제시해 당초 전망했던 1.9%에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날 미국 정부가 발표한 경제지표도 미국 경제의 순항을 예고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4년 래 최저 수준으로 고용시장 개선을 반영했다. 지난해 4ㆍ4분기 GDP 성장률도 3.0%로 확정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미국 경기회복이 가시화하면서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금까지의 적극적인 부양 기조에 브레이크를 걸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벤 버냉키 FRB 의장은 고용시장 회복을 위해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할 방침을 거듭 내비치고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확고해지면서 FRB가 추가로 돈을 풀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것이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한국은행 뉴욕사무소가 주최한 미국 경제전망 세미나에 참석해 "FRB가 3차 양적 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면서 "현재의 양적완화 정책이 끝나는 6월 이후에는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정도의 완화정책만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봄바람이 부는 미국 경제와 달리 유럽에서는 여전히 냉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OECD는 유로존 전체 전망을 내놓지는 않았으나 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 등 유로존 3대 국가의 GDP성장률이 올 1ㆍ4분기 -0.4%, 2ㆍ4분기에도 0.9% 성장에 그치며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에서 가장 탄탄한 독일은 올 1ㆍ4분기 0.1% 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며 프랑스(-0.2%)와 이탈리아(-1.6%)는 나란히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됐다. 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영국도 1ㆍ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유럽은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이 장기대출 형태로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대규모 유동성 공급의 약발이 눈에 띄게 떨어지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시장 상황도 다시 불안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날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0.38%포인트 오른 2.69%, 10년 만기 수익률은 0.16%포인트 오른 5.24%에 달했다.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되고 시중의 돈 가뭄이 지속된다면 가뜩이나 나빠진 유럽의 소비심리가 한층 얼어붙으면서 경제를 더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OECD 이코노미스트는 "미국(경제)에는 순풍이 불기 시작한 반면 유럽은 간신히 벼랑 끝에서 조금 벗어난 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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