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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기생들의 삶을 통해 본 조선시대의 여성상

■ 조선을 뒤흔든 16인의 기생들(이수광 지음, 다산초당 펴냄)


'그대가 나에게 모과를 선물하니/ 나는 아름다운 보석으로 보답하노라/ 실은 보답이 아니라 영원히 사랑하자는 것이네.' 하얀 매화꽃이 떨어지는 2월 어느 저녁, 단양군수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은 퇴계 이황이 관기 두향에게 읊조린 '모과'라는 시의 일부다. 이에 두향은 지그시 눈을 내리 깔고 '그대가 나에게 복숭아를 보내주니/ 나는 구슬로 보답합니다. 실은 보답이 아니라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것이에요'라며 화답의 시를 썼다. 기생과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선비 퇴계 이황도 기생들의 치명적인 매력 앞에는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생 하면 웃음을 파는 노류장화(路柳牆花) 정도로 치부해버리기 쉽다. 서화와 가무를 익히고 예의범절을 갖춘 조선시대 기생은 사대부와 문화적으로 교류하면서 이들의 마음까지 뒤흔들었던 특별한 계층이었다. 그들은 오늘날로 보면 인간문화재이며, 예와 악을 갖추고 패션을 선도했던 연예인이자 부를 쌓은 성공한 여성기업가이기도 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연애사건'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저자가 조선 기생의 모습을 복원해 냈다.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송도 기생 황진이, 37세에 요절한 천재시인으로 당대 최고의 시인으로 이름을 날렸던 유희경과 시담을 나눴던 부안 기생 매창, 흉년에 자신의 재산으로 백성을 구해낸 제주 기녀 만덕 등 16명의 조선 기생들의 삶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풀어낸다. 책은 지배층인 사대부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질곡의 삶을 벗어나지 못하며 역사의 행간에서 밀려났던 기생의 삶을 통해 조선시대 여성상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기생의 발자취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여인들의 가슴 저린 애환을 글로 옮겼다. 화려함 속에 가려졌던 소외감과 멸시를 겪으면서도 자신의 비참한 처지를 잊고 혼을 실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던 이들의 삶에서 당당함을 잃지 않았던 젊은 여인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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