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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일임자산 규모 갈수록 쑥쑥

2009년 말 159조원서 293조원으로 84% 증가<br>기관 위탁운용 비중 증가ㆍ펀드자금 정체 더해져 증가세


펀드 시장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자산운용사의 투자일임자산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일임자산 평가액은 293조원으로 지난 2009년 말(159조원) 보다 84%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일임자산은 펀드와 달리 운용사가 연기금이나 보험사, 계열사 등 기관투자자와 일대일 계약을 맺어 운용하는 자산이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본업인 펀드 운용에 비해 부가적인 업무로 볼 수 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투자일임 자산은 규모가 커지면서 운용사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큰 폭으로 늘어난 일임자산과 달리 2009년 말에 320조원에 달했던 펀드 순자산은 현재 319조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일임자산의 증가는 우선 기관들의 투자 확대가 한 몫을 했다. 기관들이 펀드에 비해 보수ㆍ수수료가 저렴한 위탁운용 비중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도입된 것도 일임 계약 수요 증가를 부채질했다.



IFRS 도입으로 특정 기관이 펀드 설정액의 50% 이상을 보유할 경우 투자 내역을 공시해야 해 전략 노출을 우려한 기관들이 일임 규모를 늘린 것이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펀드 시장 침체로 운용사들이 펀드 출시보다는 기관 자금 유치에 더욱 주력한 것도 일임자산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의 자산통계 기준이 기존의 펀드 수탁고에서 펀드수탁고에 일임자산를 합친‘AUM(Asset Under Management)’으로 바뀌면서 펀드 대비 수익 기여도가 낮은 일임계약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일임자산 비중 증가가 자칫 업계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펀드에 비해 수익이 낮은 일임계약 특성상 이를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 결국 ‘제살 깎아 먹기’식의 계약이 속출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일임 계약은 기관과 운용사 일대 일로 이뤄지기 때문에 협상력에 따라 보수가 달라진다”며 “현재 펀드시장을 볼 때 운용사들이 기관에 많은 것을 주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본전도 안 되게 계약을 맺는 운용사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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